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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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리아, 너를 다시 본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엔 잠시 숨을 돌리는 모양인지 내리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풀을 뽑으러 나갔다. 잔디 사이사이에 쑥쑥 올라온 풀들을 뽑았다. 명자나무 한 그루가 쪽문을 막고 있어서 가지를 쳤다. 가시가 있어 잘라낸 가지를 거둘 때 조심해야 한다. 이번엔 꽃밭으로 갔다. 풀들의 대잔치다. 바랭이풀이 내 손에 질질 끌려 나온다. 뽑은 풀들이 모이니 소복하다. 그동안 흙을 잘 붙잡고 있어줘서 다른 꽃들이 장마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키다리 다알리아가 좀 기우뚱해서 똑바로 세워지나 생각하면서 기우러진 꽃대를 바로 잡아보았다. 그러는 순간 굵은 꽃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굵기만 했지 속은 텅 빈 강정같다. ‘아까운 것을, 미안하다.’ 꽃을 피우려고 봉오리를 맺은 모습에 안타까웠다. 다른 곳에 두 ..

이야기 2020.08.07

사진첩

한 순간의 정지된 아름다움 쌓이고 쌓여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제자리에 머울러 있지만 흐르는 강이다. 아무도 모른다. 어드메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종착역 갈림길의 끝이 언제 나를 휘감아 작은 가슴의 겨울 바다를 앗아갈지. 들을 수 없다. 세상 천지에서 쏟아지는 소음 아닌 소음 가슴에서 솟구치는 그대 그리워 시간을 태우던 흐느낌 험한 계곡을 저어가던 바람 소리. 그 바람 속에 형체 없는 시간이 보인다. 어제는 흔들리며 오늘은 인내하는 젊음의 시간속에 서려있는 꿈도 보인다. 그 꿈들이 흐르고 흘러 점묘화로 피어난다.

2020.08.06

양평 양평읍 창대리에서 충주방향으로 가는 자전거길 산책

창대리에서 남한강변 자전거길로 진입하는 입구를 전에 찾았다. 양평고등학교를 지나 이분 정도 가서 동서 석재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하여 가면 진입로 입구가 나온다. 자동차는 못들어가게 되어있다. 도로변에 세워놓고 들어가니 몇 대의 차가 강둑 아래 주차되어 있었다. 봉 하나는 빼놓은 모양이다. 나는 충주방향으로 가는 길로 걸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강물은 누런 이를 드러내고 힘차게 흘러간다. 배수펌프장을 지날 즈음엔 콸콸 쏟아지는 물이 강물과 섞여 가며 흘렀다.. 머리만 내놓고 물에 잠긴 나무들이 섬처럼 아무 말없이 떠있다. 그래도 물에 잠기지 않은 수변공원에는 큰 금계국 수크령이 군데군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풀들 사이에 내 눈에 들어온 녀석이다. 군청에서 세워놓은 글판도 눈에 띈다.. ‘난 ..

행복여행 2020.08.06

들판

소리는 못 들어도 감촉은 예민한 살갗에 처음엔 작고 귀여운 망울 하나 돋더니 어느 날 따뜻한 입김은 가슴을 녹이고 뿌리 언저리에 서성이는 시심을 녹이고 형형색색으로 돌출하는 생각의 창고를 돌아 내 온몸은 망울이 숲을 이루더니 꽃샘 바람도 쉬어가고 사랑하는 그대의 손길도 쉬어가고 겨울 귀퉁이에 숨어서 길고 긴 사설을 젖은 옷가지에 내뱉던 어머니의 마른 기침도 뛰쳐 나온다.

2020.08.05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출근길에서 산책길로

오래전 출근을 할 때 차를 몰고 다닌 적이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출근준비로 바빴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운전대를 잡는다. 물론 얼마 못 가서 출근시각에 맞춰갈지, 출근해서 할 일이라든지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그 때 아무 생각없이 가다보면 어제 갔던 그 길을 똑같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가야하니 가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 후로 일찍 길을 나선 날엔 주행 코스를 변경하여 보았다. 익숙치 않는 길이라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조심해서 몰게 된다. 퇴근시간도 마찬가지로 여러 방법의 길로 해서 집에 오곤 했다. 알고 보니 그런 나의 시도가 여러 가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다. 등산을 할 때도 그 방식이 통한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수필 2020.08.05

다알리아 키우기

봄에 이웃집에서 다알리아 세 뿌리를 주셨다. 작년에 이웃집에서 꽃피운 걸 보았는데 빨강색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보라색 꽃이 핀다. 꽃은 탐스럽게 피었다. 너무 무거워 장마에 부러지기도 했다. 굵은 줄기는 생각보다연약해서 잘 부러진다. 접시꽃이나 해바라기는 질기고 튼튼한데... 가을에 지고 나면 뿌리를 말려서 모래에 담아 창고에 두면 된다. 내년에도 어떤 빛의 꽃을 피울까 기대한다. 알뿌리들은 대체로 화려하고 꽃이 크다. 예전에는 많이 심었던 꽃인데 . 멕시코가 원산지라고 하니 신기하다. 작년에는 칸나를 심었는데 알뿌리가 얼었었다. 올해는 잘 관리해봐야겠다.

이야기 2020.08.01

황금낮달맞이꽃 키우기

작년 봄에 황금낮달맞이꽃을 5개 심었다. 겨울이 지나고 나니 꽃밭 바닥에 지피식물처럼 단풍이 든 잎들이 방사형으로 깔렸다. 무엇인지 몰라서 알아보니 달맞이꽃이란다. 앞줄만 다른 꽃밭에 옮겨 심었다. 뿌리가 다칠까봐 같이 품고 있는 흙까지 함께 이사를 보냈다. 줄세워 심었다. 옆에서 위에서 나온 새순들도 예뻤고 거기서 꽃이 피니 더 예뻤다. 쑥쑥 자라서 내 정강이만큼 올라와서 꽃을 피웠으니 말이다. 원래 있던 곳에서도 노란 꽃들이 황금 물결을 이뤘다. 아침마다 거실에서 바라보면 흐뭇했다. 때가 되어 시들어 떨어지고 나니 좀 지저분하다 싶어서 키를 낮춰 대를 잘라줬다. 그랬더니 다시 새순이 나오고 노란 꽃이 피었다. 처음 키워보는 꽃이라 잘라줄 생각을 못 했는데... 식물의 생존력~! 거름이 없으면 꽃을 피..

이야기 2020.08.01

해바라기 , 해바라기 씨앗 수확,

장마가 지나간 남쪽 지방에 물난리가 나서 힘든 사람들이 호소하는 말을 들어보면 애처롭다. 자동차가 물에 잠기고 집안에 물이 들어와서 대피소에서 지낸다. 우리 집에도 장마의 피해를 본 곳이 있다. 주차장 쪽 새로 조성한 꽃밭에 핀 해바라기들이 꺾이고 비에 젖어서 축축해진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다른 피해는 없으니 말이다. 물론 텃밭의 채소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하늘의 일이니 넘어간다. "해바라기 때문에 호박이 잘 안 열리지?" 이웃 할머니가 걱정을 해주시기도 했다. "잘 안 열리면 사다 먹으면 되죠." 남편의 말에 할머니가 할 말을 잃었었다. 해바라기가 처음 한 개씩 싹이 나고 자랄 때는 기대가 컸었다. 정말 해바라기는 쑥쑥 잘 자라서 3미터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송이를 셀 수 없을 만큼 많..

이야기 2020.07.30

쑥갓이야기, 쑥갓꽃 꽃꽂이, 라면엔 쑥갓을 넣어요

봄에 이웃에서 쑥갓 모종을 주셨다. 텃밭 빈 곳에 여기 저기 심었다. 작은 놈들을 포기 나눠 심었는데 어느새 키가 커지고 꽃이 피었다. 상추가 한창 많이 날 때는 꼭 쑥갓을 따서 같이 쌈을 싸서 먹었다. 향기로운 쑥갓 냄새가 좋아서다. 가끔은 데쳐서 나물로 해먹는데 소금과 마늘 다진 것, 참기름만 있으면 된다. 두부를 주머니에 넣어서 물기를 꼭 짜서 같이 무쳐도 맛있다. 매일 삼식이처럼 밥만 먹다가 별미로 라면을 먹을 때면 쑥갓을 한줌 마지막에 넣어 먹으면 그 향 때문에 라면이 독특한 라먼이 된다. 이웃에서 같이 커피를 마실 때 알려줘서 넣어 먹었더니 좋았다. 마치 우동에 쑥갓을 한 잎 넣어주는 것과 같다. 텃밭에 나갔더니 쑥갓꽃이 여러 송이 피어서 텃밭을 빛내고 있었다. 쑥갓잎을 따오면서 꽃을 잘라왔다..

이야기 2020.07.28

남양주 조안면 정약용 유적지 생태공원 산책

정약용 유적지는 누구나 한번 쯤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전에 가봤을 때는 실학박물관에 가서 앞에 전시된 거중기도 보고 모형이지만 배다리도 보며 정약용의 천재성, 창의성을 놀라워했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주차장에 도착했다. 일찍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도 더 일찍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빈 자리가 아직은 있어서 무리없이 주차를 하고 주차장 입구에 작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곳으로 내려갔다. 앞에 펼쳐진 연밭이 예뻐 보여서다. 꽃은 몇 송이 피지 않았지만 푸르고 커다란 연잎은 언제 봐도 시원하고 신비스럽다. 둥그런 연잎에 무언가 담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랗고 부드러운 곡선의 연잎은 그리고 싶은 충동을 준다. 비어있어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 채우고 싶어 안달이다. 휴일이라고 산책이라도 ..

행복여행 202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