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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 해바라기 씨앗 수확,

푸른*들 2020. 7. 30. 22:11

장마가 지나간 남쪽 지방에 물난리가 나서 힘든 사람들이 호소하는 말을 들어보면 애처롭다.

자동차가 물에 잠기고 집안에 물이 들어와서 대피소에서 지낸다.

우리 집에도 장마의 피해를 본 곳이 있다.

주차장 쪽 새로 조성한 꽃밭에 핀 해바라기들이 꺾이고 비에 젖어서 축축해진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다른 피해는 없으니 말이다. 물론 텃밭의 채소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하늘의 일이니 넘어간다.

 

"해바라기 때문에 호박이 잘 안 열리지?"

이웃 할머니가 걱정을 해주시기도 했다.

"잘 안 열리면 사다 먹으면 되죠."

남편의 말에 할머니가 할 말을 잃었었다.

해바라기가 처음 한 개씩 싹이 나고 자랄 때는 기대가 컸었다. 정말 해바라기는 쑥쑥 잘 자라서

3미터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송이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피었다. 대박이다.

올해는 해바라기 피어있는 집이 되었다.

이웃에 사는 화가가 오셔서 해바라기 꽃을 찍어가기도 하였다.

꽃밭과 텃밭을 화안히 밝혀주고 텃밭에서 일하는 남편의 모습이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늘 사람들이 말을 걸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던 남편이었다.

 

나는 해를 바라보며 피는 해바라기의 커다란 얼굴이 좋아서 해바라기의 뒷바라지를 힘들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바라기의 뒷바라지?'

그런데 장마가 시작되어서 해바라기는 쓰러지기 시작했다. 끈을 가져다 서로 묶어주며 일으켜 세웠다.

지반이 약해지니 해바라기는 땅을 붙잡을 힘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해바라기의 뒷바라지는 매일매일 계속되었다.

며칠 쉬다가 또다시 다가온 장마에 해바라기는 또 꺾이고 쓰러지고 무거운 얼굴을 주체할 줄을 몰랐다.

나는 노란 꽃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거무죽죽해진 해바라기를 잘라서 비 맞지 않는 곳으로 가져왔다.

몇 송이는 까만 씨앗이 숨어있는 걸 보니 조금 놔두면 말라가면서 여물어갈 것 같다.

누렇게 바랜 이파리도 잘라주고 꽃대도 잘라서 아직 꽃이 피는 것들만 남겨놓았다.

 

단단한 꽃대로 꽃을 곧추 세우던 해바라기가 서서히 자기의 아름다움을 씨앗으로 남기는 때가 돌아온 것이다.

잘 여문 것도 있고 아직 여물지 못한 것도 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꽃밭을 환하게 해 준 해바라기~^^

내 추억의 기록에 남겨둔다. 내년에는 심지 말아야겠다. 해바라기 밭을 만들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한 가지를 이룬 셈이기 때문이다.

해바라기를 멋지게 그린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난다.

나도 한번 해바라기를 그려봐야겠다.

비가 와서 고개 숙인, 무거워서 고개숙인 모습은 그리고 싶지 않다.

그냥 밝고 환한 모습을.. 머리카락 날리는 모습을.

내일은 그런 모습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