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수필 30

호미로 시를 쓴다

전원주택에 이사온 첫해에는 풀도 많이 안 생겨 그럭저럭 살만했다. 삼년째 되다보니 풀도 자리를 잡았는지 뽑고 나면 어느 새 씨뿌린 듯 작은 싹들이 빽빽하게 솟아나 있다. 남편은 텃밭, 나는 꽃밭. 이것이 관리구역이었는데 구역을 지키기가 어렵다. 바쁜 일로 서울에 가거나 병원 나들이가 있거나 여행 일정으로 관리 기한을 넘긴 경우다. 텃밭과 꽃밭을 한 바퀴 둘러본 후 각자 자기 구역의 일에 몰두한다. 먼저 끝낸 사람은 다른 구역의 일에 손을 보탠다. 텃밭의 일을 끝내고 온 남편이 내가 풀뽑는 걸 보다가 호미를 들고 거든다. 물론 나도 텃밭으로 건너가 풀뽑는 것뿐아니라 열린 가지 호박 오이를 거둬서 주면 내가 받아오기도 하고 따기도 한다. 보다 못해 나선 것이다. 비온 후엔 더하다. 옥수수 심어 놓은 곳엔 옥..

수필 2022.02.06

인생 이모작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을 쉽게 알려주는 거라면 수원화성을 지을 때 고안한 거중기와 정조 임금이 강을 건널 때 만들어 사용한 배다리라고 알고 있다. 부끄럽게도 정약용의 흠흠신서는 제목만 알고 내용은 잘 모른다. 읽어본 적이 없다. 형법서라는 그 책을 은대고전문헌 연구소 자문위원 이강욱은 2년간 작업하여 번역하였다고 한다. 83년 23세때 냉장고 부품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의수를 착용하고도 자격증시험에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평생 매달릴만한 일을 찾은 그에게 다가온 것이 한문과 역사학이었다. 전주서당에서 명심보감과 사서삼경도 배우고 30여년간 한문고전 번역가로서 활동하였다. 보통 직장을 다니다 은퇴한 이후에는 편안히 쉬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한다. 한 일년쯤 쉬다보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할 ..

수필 2022.02.04

더 많은 버림을 위한 발자국

태풍이 부는 날, 마당의 나무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속의 나무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며 나풀거리는 옷들을 부여잡고 있다. 이파리들은 여자들의 머리카락처럼 흩날린다. 그 중에 정원 구석에 심은 소나무가 태풍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웃에서 분을 떠서 주신 나무다. 유난히 주지가 길게 뻗어 올라가서 휘청대는 모습이 쓰러질까 조마조마하다. 잘 살지 못하고 죽게 되면 면목도 없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목이 마를까봐 물도 주기적으로 주고 막걸리도 사다가 부어주었던 나무다. 남편과 나는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밖으로 나갔다. 키다리 아저씨같은 소나무의 맨 꼭대기 주지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운데로 길게 뻗어올라간 주지를 톱으로 자르고 나니 키가 작아져서..

수필 2022.02.04

삶의 짐

철새들이 서식지를 옮길 때는 체력만 키우면 된다. 좀 더 살기좋은 곳으로 갔다오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먼 길을 떠날 때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은 이사를 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나도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면서 부담스러운게 이삿짐이었다. 그 많은 살림살이가 시골집에 다 들어갈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걱정이 짐처럼 어깨에 매달려 한 달 정도 있었다. 누구나 짐을 안고 메고 산다. 감당하기 어려운 살림살이에 치여서 살기도 하고 괜한 걱정거리로 마음의 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내려놓으니 이삿짐은 점점 줄어 갔다. 이삿짐이 해결되니 걱정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힘들게 이사오고 나니 새로운 걱정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걸 ..

수필 2022.02.04

추상 속의 구상-이도선 화가의 작품을 보고

이도선미술관 개설 운영 http://www.kahm.kr ( 한국미술역사관/사립미술관/이도선미술관 ) 구글에서 검색할 때 개인 홈 홈페이지 https://www.dosunleeart.com https://sites.google.com/view/dosunleeartcom#h.bw37qgl60cfr 내가 존경하는 이도선 작가의 작품을 싸이트에서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미술역사관 개관 기념 2021 한류스타작가전 서양화부문에서 을 수상하였다. 또한 2021 한국미술진흥원 서양화부문에서는 을 수상하였다. 정말 축하드리며 작년에 쓴 글을 올린다.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졌던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79년부터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고 한다. 학교에서 방학이 되면 작업에 몰두하며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하였고..

수필 2022.01.27

평생이라는 말에 대하여

물맑고 공기 좋은 양평으로 이사온 후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바로 ‘쉴 새가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나가 텃밭과 꽃밭을 살펴보고 강아지 밥과 물도 챙긴다. 잠시 살펴본 후 아침을 먹는다. 쌀쌀한 가을 날엔 따뜻하고 향긋한 메리골드 꽃차 한잔이 좋다. 꽃을 따서 말리고 살짝 덖어서 만든 꽃차다. 처음 양평에 발을 디딘 후 평생학습관을 다닐 때 배운 것이다. 메리골드나 과일을 이용한 식초음료(비니거) 만드는 법도 그때 배웠다. 가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요즘 뭐해?’소리를 꼭 듣는다. 당연 시골 사람처럼 마당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를 지껄여댄다. “고구마 잎줄기 따서 김치 담궜어.” “며칠 전에 들깨를 베서 말려서 들깨를 털었는데 조금 나왔네.” “배추 모종 심었는데 잘 자라야할텐..

수필 2021.12.08

전원주택에서 겨울살이

여름내내 파릇했던 잔디에도 단풍들 듯 누런 빛이 들었다. 누런 빛도 따스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함박눈이 10여센치 오더니 잔디는 오간데 없고 눈밭이 되었다. 잔디뿐 아니라 배추 무를 심었던 텃밭도 눈밭이 되었다. 아무리 추워도 한나절 해가 쫙 팔을 벌려 금빛을 뿌려주면 잔디밭의 눈은 스멀스멀 녹아서 다시 부드러운 잔디밭이 된다. 그늘진 곳만 찬기운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맘에 그늘이 지면 찬기운이 온몸에 퍼져 여유도 없고 배려도 없는 사람이 되기 쉬운 것인가보다. 겨울바람의 찬기운은 집안 곳곳에도 스미어 들어 난방을 아낀다고 조금만 켜놓으면 나처럼 원래 손발이 찬 사람은 발이 시려서 꿈쩍하기 싫어진다. 아파트에 살던 방법과 달리 할 수 밖에 없다. 양말위에 덧버선을 신던가 실내용 슬리퍼를 신던..

수필 2021.12.06

풍성한 봄맞이를 위하여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살 때와 달리 부지런함의 종류가 다릅니다. 도시생활에서는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또 다른 것이 필요합니다. 봄을 즐거운 마음으로 풍성하게 맞이하려면 지난 초겨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중부지방의 텃밭에는 마늘과 양파를 심고 시금치 씨앗을 뿌려둡니다. 비닐 멀칭을 한 후에 심고 볏짚이나 낙엽을 덮어주면 겨울을 잘 견딘다고 합니다. 비닐을 한 겹 더 덮기도 합니다. 따스해진 요즘에 텃밭에는 마늘과 양파, 시금치가 파릇파릇 자라서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울타리 앞 쪽으로 보리씨앗도 뿌려두었더니 파릇파릇 돋아났습니다. 또 한가지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뿌리나눔을 했습니다. 나리꽃, 수선화도 캐서 나누어서 필요한 곳에 심었습니다. 화려한 주..

수필 2021.03.20

명상의 계절

겨울은 명상의 계절이다. 몸과 마음이 침체의 길로 가는 입구인 듯 하지만 텃밭의 식물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물론 여름 내내 생기있게 자라며 열매를 안겨주던 토마토, 참외, 가지, 오이들의 존재를 잊을 수는 없다. 이랑마다 영광의 시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잘린 고춧대, 마른 옥수수대, 진한 향기로 화려하게 빈 공간을 채워주던 메리골드 꽃까지. 날씨가 추워지니 느티나무의 잎들이 수북히 쌓여간다. 가을을 보내고나니 집안에 벽난로가 바쁜 때가 왔다. 내가 꼼짝않고 집안에서 털실 수세미를 뜨고 벽난로의 따스한 온기를 즐기는 동안에도 겨울 텃밭에는 사라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있다. 땅 바닥에 납작 엎드린 시금치가 추위를 견디어 내고 있음을 본다. 비닐도 덮지 않은 곳에서 조금씩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다..

수필 2020.12.16

새벽 5시에 깨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고문이다.

햇살이 거실에서 부엌까지 기지개켜듯 키를 키운 아침나절, 덜그덕거리는 설거지 소리만 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가 많다. 햇살이 좀 따가워지는 여름날 한낮이면 더욱 더 고요하고 할 일마져 없는 한적함이 몰려온다. 방충망 틈새로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나절에는 밥을 먹고난 강아지와 개들의 활동시간이 다가온다는 신호처럼 짖어대는 소리로 마을을 깨운다. 더구나 개 다섯 마리 키우는 집의 개 짖는 소리는 저녁 산책나가는 개들이 있는 한 멈출 수가 없다. 그 소리도 이젠 귀에 익어서 아무렇지도 않다. 따라서 짖는 우리 집 개의 소리가 가까워서 더 소리가 클 뿐이다. 그리곤 저녁 여덟시경이면 잠잠해진다. 다시 고요가 찾아온 것이다. 을 쓴 작가의 말처럼 나도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고요를 즐기려고 시도해본..

수필 202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