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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

푸른*들 2022. 12. 28. 20:12

학창시절엔 공부하고 노는 게 전부다. 그 나머진 어른들의 몫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올 때도 있고 대강 했는데 잘 나올 때도 있다. 꾸준히 기초를 닦다보면 언제가는 성과가 난다는 생각으로 공부할 때는 누가 시켜서 하지 않고 내 뜻대로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이나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의 수가 많다.

주의산만해서 제 맘대로 행동하는 아들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규칙이 잘 통하지 않았다. 또 선생님 말씀 잘 듣는다는 말에 철썩같이 믿은 아들이 방에서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게임만 하는 걸 알게 된 적도 있었다. 그 날로 즉시 컴퓨터를 거실로 꺼내 왔다. 그 이후 아들과의 관계도 서먹해지기도 했지만 컴퓨터가 작동이 잘 안 될 때 도움을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긴 하다.

 

이제는 나의 안테나가 남편에게도 옮겨갔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며 건강을 챙기려하고 담배를 끊으라고 재촉을 한다. 담배 피우는 개수는 줄어든 것 같아도 아직도 긴장되는 일이나 화나는 일이 생기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방과후 학교를 다니듯 병원을 오가며 몇 가지 병을 치료하는 남편에게 담배는 치명적이다. 그걸 알면서도 못 끊는다. 담배를 끊는 것이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그것도 내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 서울 가는 길에 신호대기중 뒤에서 우리 차를 박았다.

!’

어머나, 무슨 일이지?”

무심결에 소리를 질렀다. 운전대를 잡은 남편이 차에서 내리고 나도 정신을 추스르고 내려 보니 연세 드신 분이 브레이크 대신 악셀을 밟았다.’고 하신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사진을 찍은 후 다음날 가까운 수리점에 가서 보여주니 다른 곳에 가서 수리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해당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아무리 운전을 조심스럽게 해도 사고가 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 차를 박은 운전자는 그 날 황당한 기분으로 갔을 것이다.

수리도 손쉽게 금방 될 줄 알았더니 범퍼에 흠집난 것은 그 부분만 칠해주는 것이 아니고 새것으로 갈아야 한단다. 뒤틀린 부분은 몰라도 멀쩡한 범퍼는 흠집만 수리해도 될텐데 그렇지가 않다.

살아가면서 돌아가는 시스템에는 알게모르게 부정적인 시스템도 있다. 어떤 때는 부족하고 어떤 때는 넘친다.

 

서울에서 살 때 남편이 개인병원에서 여러 가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머리가 아프다는 증세로 갔는데 나중에는 골다공증 검사도 해줘서 골다공증약도 처방해주었는데 부작용이 생겨서 고생했다. 양평에 온 후 보건소에서 검사해본 결과 골다공증이 아니었다. 보건소 의사도 웃으면서 골다공증 체격이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 일로 그 의사만 생각하면 남편은 억울한 심정이 되어 내게 하소연한다. 이만큼 살아오면서 쉬운 일,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남편도 깨달았을 것이다.

식사후에 먹는 건강약품을 손바닥에 모아보면 한움큼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건강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신적인 질병없이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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