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이야기 113

한여름의 땀방울과 근육의 저장, 초석잠 장아찌, 깻잎 장아찌, 고추장아찌

여름에는 키워온 채소를 장아찌로 만들어 둔다. 나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냉장고 안에는 깻잎, 풋고추, 초석잠, 오이지, 양파가 들어있다. 모두들 장아찌로 모습을 바꾼 것들이다. 입맛을 개운하게 바꾸고 싶을 때 장아찌를 꺼낸다. 한 번에 여러 종류를 꺼내지 않는다. 그중에 몇 년 된 초석잠 장아찌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이웃집 아저씨가 자기 밭에 키워온 것을 한 바구니 갖다준 것이다. 어떻게 먹을지 몰라할 때 장아찌를 담그라고 일러주셨다. 누에고치를 닮은 초석잠을 장아찌로 만들어 놓 후 먹을 때마다 작게 잘라서 놓고 먹는다. 그후 그 아저씨네는 초석잠을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저씨도 작년에 간암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간장과 식초, 소주, 설탕으로 만든 장아찌가 가끔씩 식탁에 ..

이야기 2020.12.25

양평 살이 수기 공모 꼴찌 당선

한달 전쯤 행복한 양평살이 수기 공모에 원고를 보냈다. 안내문을 읽고 쓰긴 했는데 원고지 너댓장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쓴 글을 원고지로 변환하여 보니 글이 길어서 줄이고 줄여서 엑기스만 썼다. 며칠 전 이메일을 열어보니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뽑힌 사람들 중에 꼴찌다. 그래도 뽑힌 게 어디냐 기쁘고 감사하다. 청구서 문서에 내용 적어서 보내라며 같이 보내온 이메일에 안내문을 다시 보니 원고지가 아니고 A4 너댓장이었다. ㅠㅠ 그럼 그렇지. 나이탓이겠지. 아마도 다른 글중에 원고지로 변환해본 적이 있어서 원고지에 꽂혔나보다. A4 한장으로 마무리한 수기를 꼴찌로 뽑아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양평에 살면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행복한 점이 더 많았음을 생각하면서 좋은 경험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받..

이야기 2020.12.20

농기구 걸이 만들기

농기구 걸이를 검색하니 사진이 없는 이 글이 먼저 검색대에 오른다. 그래서 수정한 농기구걸이 만든 것에 대한 글(농기구걸이 2)을 다시 써서 올려놓았음에도 말이다. 할 수 없이 수정한 사진을 다시 올린다. ------------------------------------------------- 전에 만들어놓은 농기구 걸이를 보수하면서 업자가 물어보지도 않고 빼버렸다. 방부목으로 해놓은 것인데 .... 비가 새는 부분을 유리로 막는 공사를 하고 난 후 다시 만들어야지 한 것이 바로 오늘 하게 되었다. 농기구 걸이는 시골에서 무척 중요한 것이다. 돌아다니는 농기구가 없도록 하고 농기구에 걸려서 다치지 않도록 하려면 말이다. “호미 어디갔지? 못 봤어요?” “찾아주면 뭐 해줄건데.” 텃밭과 꽃밭을 다니면 풀뽑..

이야기 2020.12.10

우엉조림 맛있게 하기, 우엉 말리기

병원에 들렀다가 집에 오는 길에 하남스타필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우엉을 한 봉지 샀다. 긴 우엉을 네 토막 정도 잘라서 봉지에 넣은 거라서 가져오기도 좋았다. 우엉은 써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가는 채썰기, 연필썰기, 굵은 채썰기, 작은 깍뚝썰기 채썰기는 직접 하기도 하지만 채칼을 이용해도 된다. 연필썰기는 우엉을 돌려가며 연필깎듯이 한다. 우엉조림을 오늘은 채썰기로 해봤다. 전에 연필썰기로 많이 해먹어서다. 김밥을 만들 때도 필요하니까. 채썰은 우엉을 식초 3스푼을 넣어 10간 담구어 둔다. 10분후에 잘 씻으면 아린맛이 없어진다. 기름 2스푼 두르고 볶다가 설탕 2스푼 넣고 다시 볶는데 10분 정도다. 그리고 양념장을 넣고 센불에 볶다가 끓으면 중불로 뚜껑덮고 20분이상 졸인다. 식감에 따라 시간 ..

이야기 2020.12.08

특허 미생물 함유 스테비아골드 가축분 퇴비 좋아요

시골에서는 작은 텃밭이라도 퇴비가 꼭 필요하다. 화분 관리만 필요한 도시와는 다른 생태다. 귀촌하여 제일 먼저 구한 것이 가축분퇴비였다. 시골농사의 필수품이다. 처음엔 이장님이 구해주셔서 샀는데 작년부터는 좀 더 좋은 퇴비가 있다는 걸 알고 이웃집에서 구하게 되었다. 이웃집 아들이 퇴비 도소매를 하는 걸 모르고 있다가 그집에서 쓰는 걸 보고 알았다. 써보니 냄새도 덜 나고 가스도 많이 안 나온다. 친환경으로 만든 거란다. 특허 미생물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인증받은 것이다. 땅이 건강해야 먹거리도 건강한 법. 될 수 있으면 농약 안 쓰고 작지만 텃밭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한 파렛트가 50포인데 한 포에 4000원씩 했다. 이웃이 좋은 이유다. 좋은 이웃은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 좋은 말은 사람을 행복하게 ..

이야기 2020.12.08

두 개의 단호박 처리하기, 물 흐르듯이 살기, <두 개의 여름>처럼

네개의 손으로 감싸야 할 정도로 큰 단호박 두 개를 마당 구석에서 놓아두었더니 밑부분이 얼었다. 얼었다가 녹아서 흐물거린다. 썩은 것은 아니라서 잘 잘라내고 쓰려고 씻었다. 흐물거리는 부분을 잘라냈다. 한 개는 호박죽을 끓였다. 씨가 단단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단호박이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늦게 싹이 나서 자랐고 장마로 인해 잘 크지 못한 것이리라. 맛도 덜 달아서 단호박의 완전한 맛이 안 나지만 버릴 수 없는 마음이다. 끓여놓은 호박죽은 부드러우면서도 웬지 채소의 섬유질이 느껴진다. 호박죽을 어제는 아침 대용으로 먹었다. 호박죽 두 국자에 떠먹는 요구르트, 미강 가루, 볶은 검은콩가루, 통들깨, 잣을 넣고 섞어서 먹었다. 점심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또 한 개는 잘라서 봉지에 담아 냉장..

이야기 2020.12.06

간이 벤치 만들기, 가다가 힘들면 쉬어야지

시멘트 벽에 간이 벤치를 만들었다. 앞에 꽃밭이 있던 자리인데 공사를 하느라 다져지고 꽃밭이 없어졌다. 내년에 다시 땅을 일구어 꽃을 심어야겠다.. 꽃을 심으며 일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기댈 곳이 있어야 한다.. 공사하고 남은 벽돌이 많아서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시멘트로 바르지도 않고 그냥 벽돌을 사각형 모양으로 쌓아갔다. 세 개의 기둥을 하고 그 위에 방부목을 네 줄 모아서 박아 판자를 만들었다. 얹어 놓으니 벤치가 되었다. 약간 흔들거리는 것 같지만 잠시 쉬는 데에는 이상이 없다. 맨 끝부분에 가느다란 폭의 나무를 밑에 박아서 좀 더 튼튼하게 하여야겠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야지. 힘들 때 쉴 줄 모르면 아픔만 더해간다. 쉬어가는 방법 중에 우는 것도 있다. 슬픔을 느끼고 한바탕 울어버리면 시원하..

이야기 2020.12.05

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베란다 옆 농기구 걸던 자리 위에 유리를 끼웠다. 유리를 끼기 전엔 비가 새어들어와 걸어놓은 것들이 젖어들어서다. 잠시 자리를 빌려 걸어놓은 양파망속의 땅콩, 무 꼬투리 씨앗, 마늘 타래가 비에 젖는다. 유리를 끼우고 나니 비가 들이치지 않아서 좋다. 어느 날 작은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이상하다, 새가 왜 여기서 죽었을까?’ 생각해보니 유리창에 부딪친 것 같았다. 정원 구석에 새를 묻어주었다.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얼 해야할까?’ TV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 뉴스를 접한 기억이 났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들. 그때 빌딩 유리에 점점이 보이는 점들의 시트를 붙여서 해결했던 것 같다. 나는 유리에 실리콘 모양의 그림을 붙이..

이야기 2020.12.04

‘기차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얼음땡’ ‘색칠공부’ 놀이에 빠지다

5살짜리 손주와 6살자리 사촌누이가 놀러왔다. 이제 놀이의 방식이 달라졌다. 사촌누이가 줄넘기를 잘 한다. 손주는 아직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기차놀이를 하잔다.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좋은 줄 안다. 줄넘기의 양쪽 손잡이를 할아버지가 잡고 마당을 빙빙 돌아다니며 기차가 된다. 계단도 올라가서 팔딱 뛰어내린다. 물 마시러 집안에 들어와서 잠깐 쉬는가 싶더니 이내 다른 놀이로 이동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너는 감시해.” 사촌의 말에 따라 손주는 옆에 서 있다가 가까이 가서 툭 치면 쏜살같이 달여와서 내 옷을 잡아당긴다. 정말 빠르다. 내가 일부러 늦게 뛰는게 아니다. 내가 술래가 되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할 차례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놀아주니 신나게 달리고 숨는다. 안방에서 시..

이야기 2020.12.02

울타리에 벽화를 그리고 싶다, 상상하면서 가슴이 뛴다.

벽돌을 쌓아 울타리를 만들었다. 울타리를 한 줄로 쌓아 좀 약해서 안쪽 벽에 미장을 하였다. 미장을 하고 나니 매끈해진 시멘트벽이 세 개 생겼다.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려줄 사람도 없으면서 꿈만 꾼다. 그러는 중에 동시인 이상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동요와 관련된 것이었다. 내가 양평 강상면에 산다고 하니 세월리에 유명한 화가가 있는데 가봤다는 거였다. 아, 남한강 가까이에 사는 분이 계시는구나. 울타리에 벽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직접 그려보면 어때. 그 화가는 바쁠거야. 비싸기도 하고.” “제가요?” “그럼, 왜 못해. 스케치하고 넓은 면은 넓은 붓으로 칠하고 윤곽 부분은 가는 붓으로 하면 되지.” 전화를 끊고나니 도전할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그리면 좋은가?’ ‘동화적인 풍경, 디자..

이야기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