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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푸른*들 2020. 12. 4. 22:16

추락하는 새를 살리자, 창문에 실리콘 하트 붙이기

 

베란다 옆 농기구 걸던 자리 위에 유리를 끼웠다.

유리를 끼기 전엔 비가 새어들어와 걸어놓은 것들이 젖어들어서다. 잠시 자리를 빌려 걸어놓은 양파망속의 땅콩, 무 꼬투리 씨앗, 마늘 타래가 비에 젖는다.

유리를 끼우고 나니 비가 들이치지 않아서 좋다.

 

어느 날 작은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이상하다, 새가 왜 여기서 죽었을까?’

생각해보니 유리창에 부딪친 것 같았다. 정원 구석에 새를 묻어주었다.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얼 해야할까?’

TV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 뉴스를 접한 기억이 났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들.

그때 빌딩 유리에 점점이 보이는 점들의 시트를 붙여서 해결했던 것 같다.

 

나는 유리에 실리콘 모양의 그림을 붙이기로 했다. 마침 얇은 실리콘 식탁매트가 있었다. 칼금이 가서 더 이상 못쓰는 것이다.

가장 쉬운 디자인이 하트다. 조각조각 잘라서 크고 작은 하트를 만들었다.

늘씬한 하트, 좀 뚱뚱한 하트,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하트를 만들어서 붙여 나갔다.

다른 유리창에도 한 장씩 붙이고 새가 추락한 곳에는 여러 장을 붙였다.

이렇게 붙여 놓았으니 다시는 새가 빈 곳인줄 알고 날아가지는 않겠지.’

좀 더 예쁜 모양을 만들면 좋지만 내 능력의 한계는 거기까지다.

 

작은 일이지만 완성하고 나니 스스로 만족감에 도취되어 세로토닌 주사를 맞은 것 같다.

아니 도파민이라고 해야하나. 중독되어간다.

실리콘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