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개의 손으로 감싸야 할 정도로 큰 단호박 두 개를 마당 구석에서 놓아두었더니 밑부분이 얼었다.
얼었다가 녹아서 흐물거린다. 썩은 것은 아니라서 잘 잘라내고 쓰려고 씻었다.
흐물거리는 부분을 잘라냈다.
한 개는 호박죽을 끓였다. 씨가 단단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단호박이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늦게 싹이 나서 자랐고 장마로 인해 잘 크지 못한 것이리라. 맛도 덜 달아서 단호박의 완전한 맛이 안 나지만 버릴 수 없는 마음이다.
끓여놓은 호박죽은 부드러우면서도 웬지 채소의 섬유질이 느껴진다.
호박죽을 어제는 아침 대용으로 먹었다.
호박죽 두 국자에 떠먹는 요구르트, 미강 가루, 볶은 검은콩가루, 통들깨, 잣을 넣고 섞어서 먹었다. 점심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또 한 개는 잘라서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겠다. 나중에 새우젓을 넣고 호박국을 끓여 먹을 예정이다. 멸치 다듬은 것 넣어 육수도 만들어서 끓인다.
씨가 단단하지 않아서 통째로 다 넣어서 끓인다. 저절로 씨는 바닥에 분리된다. 부드러운 것만 먹으면 된다. 일부러 분리하지 않으니 일이 번거롭지 않다.
<두 개의 여름 >을 읽었다. 처음에는 부부였던 두 사람이 쓴 연작소설이다. 사노 요코와 다나카와 슌타로.
서로 다른 느낌의 내용과 필체가 어울어져 야릇한 느낌이 난다.
전체적으로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며 죽음을 맞이하는 인생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 같다. 실제로 부부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헤어지고 만다.
인생을 욕심내어 살지 말고 물 흐르듯이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개의 호박을 보며 생각나는 <두 개의 여름>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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