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키워온 채소를 장아찌로 만들어 둔다.
나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냉장고 안에는 깻잎, 풋고추, 초석잠, 오이지, 양파가 들어있다.
모두들 장아찌로 모습을 바꾼 것들이다.
입맛을 개운하게 바꾸고 싶을 때 장아찌를 꺼낸다.
한 번에 여러 종류를 꺼내지 않는다.
그중에 몇 년 된 초석잠 장아찌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이웃집 아저씨가 자기 밭에 키워온 것을 한 바구니 갖다준 것이다.
어떻게 먹을지 몰라할 때 장아찌를 담그라고 일러주셨다.
누에고치를 닮은 초석잠을 장아찌로 만들어 놓 후 먹을 때마다 작게 잘라서 놓고 먹는다.
그후 그 아저씨네는 초석잠을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저씨도 작년에 간암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간장과 식초, 소주, 설탕으로 만든 장아찌가 가끔씩 식탁에 나와 나의 기분을 새롭게 한다.
비율은 같은 비율로 하지만 설탕을 덜 넣으면 덜 달아서 좋다.
오이지는 간장을 넣지 않고 만들지만 말이다.
깻잎 장아찌는 넓은 이파리와 맨위의 작은 순을 따로 나눠서 담는다.
깻잎이 너무 키가 크면 들깨가 많이 안 열리기 때문에 순을 따줄 때 모아서 담근다.
깻잎쌈으로 먹는 이파리도 마찬가지다. 간장을 고추장아찌보다는 덜 넣어서 담근다.
저장하는 것에는 마음을 저장하는 의미도 있다.
한여름의 땀방울과 근육운동이 채소 하나 하나마다 저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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