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이야기 113

딸기 단풍, 당신 자체로 빛이 납니다.

단풍이 이제 빛을 잃어간다. 찬란했던 우아한 빛은 내 사진 속에 남아 있다. 아니, 내 맘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횡성호수길을 갔을 때 보았던 단풍, 용문산 근처 개울가 빨간 단풍, 남한강 강변 입구 은행나무 단풍, 산중옛길 상수리나무 단풍... 우리집 마당, 꽃밭에도 단풍이 들었다. 이제 그 빛은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영산홍 이파리도 붉그레하고 느티나무 이파리는 갈빛이다. 우연히 내 눈길이 가는 단풍이 있었다. 딸기 이파리였다. 아직도 푸른 이파리 속에 빨갛게 단풍든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의외로 예쁘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뻔한 것들이 많다. 아주 작은 풀꽃들이 꽃을 피워 올렸을 때처럼. 작은 풀꽃들에게,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준 딸기에게 말을 걸어주고 싶다.

이야기 2020.11.25

배추 우거지 오래 저장하는 방법, 우거지 된장국 끓이기, 시레기 말리기

요즘 배추와 무는 일년중 제일 맛있을 때다. 무는 깎두기를 해먹고 배추는 쌈을 싸먹고 우거지를 만들어 된장꾹을 끓여 먹는다. 배추 노란 고갱이로 쌈을 싸먹고 나면 푸른 겉잎들만 남는다. 전에 겉잎들을 삶으니 너무 많아서 나중에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어놓았다. 물론 물을 넣어서. 그런데 갑자기 국을 끓여먹으려고 하니 냉동된 우거지를 녹이는데 시간이 걸려 답답했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넣어놓으니 일주일도 못 견디고 변한다. 배추우거지를 오래 저장하려면 배추를 삶은 후 물기를 빼고 마늘과 된장을 넣어서 무친다. 무치기 전에 우거지를 먹기 좋게 잘 잘라 정리해야 한다. 무친 우거지를 비닐 봉지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한달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더 오래 두었다가 먹을 예정인 경우는 냉동고에 넣으면 된다. 무청..

이야기 2020.11.25

가자미조림

냉동 가자미를 몇 마리 사서 냉동실에 넣어놓은지 2주일이 지났다. 가자미들이 언제 냉동고에서 나오나 할 것 같았다. ‘간장양념 만들어서 조려먹어야겠다.’ 고등어 조림 할 때도 그렇고 늘 무를 썰어 넣고 조리는데 무가 없었다. 텃밭에서 키운 무는 김장할 때 쓰고 깍두기 담그고 나머지는 큰집에 다 드렸다. 더 크기 전에 뽑아서 작기도 해서 저장할 것이 없었다. 작년에는 무가 많아서 겨울 내내 저장했다가 먹었다. 항아리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무를 넣었다. 항아리를 땅을 파고 묻고 보온덮개 싸고 비닐을 덮었었다. 올해는 무가 없어서 못 하지만 괜찮다. 드릴 분한테 드리고 나니 없어도 배가 부르다. 참 가자미조림 해야할텐데. ‘배춧잎을 써야겠다.’ 배추는 몇 개 남아서 생 배추 이파리를 씻어서 냄비 바닥에 5개정..

이야기 2020.11.19

단호박 새우젓 국, 단호박 죽 끓이기, 단호박 죽 먹는 법

무엇이든 부족해도 탈이지만 넘쳐도 탈이 난다. 너무 잘난 사람은 주위의 시샘을 받게 되기 쉽고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은 주위의 손가락질이나 따돌림을 받게 되기 쉽다. 평범하게 사는 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니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할 것이다. 텃밭도 농사라고 농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너무 비가 안 와서, 너무 많이 와서 탈이다. 거름이 적어서 잘 안되기도 하고 거름을 너무 많이 줘서 안 되기도 한다. 고구마는 거름이 많으면 잎만 무성해진다. 올해는 호박이 잘 안 되었다. 호박 주위에 해바라기를 심어서 그런지 해바라기만 쑥쑥 잘도 커나갔다. 내가 너무 해바라기를 예뻐한 모양이다. 해바라기가 다 자라서 장마철에 시들해지길래 씨를 맺은 후 다 잘라주었다. 그랬더니 그 후..

이야기 2020.11.18

깍두기 담기, 내일을 위한 서비스

내일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남이라 기대도 되고 코로나로 주의할 것들을 마음속에 새긴다. 가방속에 미리 준비물을 넣어두었는데 1순위가 마스크다. 집마당에는 공사로 어수선한데 외출한다고 남편은 좀 불편한 기세다. 자동차를 주차장에서 빼기도 불편해서 버스시간을 검색해서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왔다. 간김에 또 새로 들어온 곳에서 책 몇 권을 대출하고 터미널에서 회차하는 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일꾼들이 간식을 두어 번 하는데 컵라면을 먹을 때는 깍두기를 내어놓은다. 다른 김치는 아직 안 익어서 그렇다. 김장할 때 한 깍두기가 조금 남았다고 하니 담궈놓고 가란다. 저녁 먹고 깍두기를 담기 시작했다. 무가 3개 남아있어서 모두 씻어 다듬어 썰었다. 무가 큰 편은 아니다. 소금 ..

이야기 2020.11.11

마늘 종자 심기, 양파 심기, 마음의 속도를 늦추자

하버드대 교수 탈 벤 샤하르의 행복학을 바탕으로 쓴 장샤오헝의 를 읽고 있다. 행복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은 불안을 초래하고 부정적 생각을 낳는다.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제목이다. 우리 집 울타리공사 등으로 집의 여기저기가 공사팀의 짐들과 연장으로 난장판이다. 텃밭의 채소도 다 뽑았으며 밭고랑도 다시 만들었다. 가래로 이랑을 다듬을라 치면 돌멩이들이 우후죽순처럼 틔어나온다. 고랑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쌓인다. 날씨가 점점 겨울로 다가가며 추워지는 것 같아 겨울준비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웃집들은 벌써 마늘을 심어좋았다. 남편과 나도 마늘을 심을 생각에 밭을 정리해가느라 한시가 바쁘다. 텃밭 가꾸기는 남편..

이야기 2020.11.09

알타리 김치 담그기

텃밭 정리로 겨울준비용 채소를 크기전에 다 뽑아놓았다. 김장 배추김치는 15포기를 담궜으나 10포기 정도의 양이다. 아직 알타리김치는 담그지 못했다. 알타리가 마당 구석에서 약간 시들어가고 있다.. 덮개를 덮어놓았다. 올해 알타리는 가냘픈 몸매다. 작년에 비하면. 작년엔 무와 알타리밭을 혼동해서 무를 솎아낸다는 것이 알타리를 솎아내서 무척 크고 살이 쪘었다. 맛은 괜찮은데 너무 커서 4등분해도 큰 편이었다. 알타리를 절여서 배추김치 담그는 것처럼 이것저것 양념을 넣어서 담궜다. 멸치액젓, 새우젓, 매실엑기스, 갓 남은 것, 단호박 덜 익은 것 죽으로 만들어 놓은 것, 양파 갈은 것을 넣었다. 먹어보니 그런대로 맛이 괜찮아서 익기만을 기다린다. 하루 상온에 놔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크기가 적당해서 ..

이야기 2020.11.08

배추 무 쪽파 뽑기, 동치미 담그기, 김장 하기

귀촌한지 몇 년만에 울타리를 하느라 둘레에 심은 연산홍을 다 뽑았다. 텃밭에 있는 배추, 무 쪽파 갓도 뽑아서 창고앞에 모아 놓았다. 이튿날 우리가 김장할 것만 남기고 모두 큰 형님께 드렸다. 좀 더 있다가 뽑았으면 배추가 속이 차고 맛있을 텐데 일찍 뽑아서 속이 덜 차서 양이 얼마 안된다. 뽑아서 김장을 하면서 보니 배추 속이 안 차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몰랐다. 겉잎만 길쭉하고 큰데 속의 노란 잎들은 작달막해서 절이고 나니 푸른 겉잎이 반으로 접혀지는 수준이다. 10포기 기준으로 김장을 하려고 하니 15포기는 해야 양이 비슷한 것 같다. 작년에는 20포기 하느라 힘이 들었는데 올해 반으로 줄이고 나니 여러 가지로 쉽다. 필요한 그릇도 적어지고 배추 속도 반으로 줄고 양념 속도 금방 넣을 수 있고 담는..

이야기 2020.11.06

울타리를 하는 이유

울타리를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올해 울타리를 한다. 밤마다 우리 진돗개가 짖어서 그렇다. 우리 개는 고양이를 싫어한다. 고양이만 보면 달겨들려고 한다. 밤마다 찾아오는 고양이 때문에 개를 풀어놓으려고 하다보니 울타리가 필요하다. 고양이가 왔다간 것은 텃밭을 보면 안다. 씨앗을 심어놓은 곳이면 어김없이 헤쳐서 변을 보고 가거나 한다. 김장할 때 쓰려고 갓을 심어놓은 곳도 고양이가 헤쳐서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울타리가 없던 곳에 하려하니 마을사람들이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아니나다를까 이웃집 할머니는 “주차할 공간은 남겨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색을 했다 한다. 그동안 잘 지내오고 필요할 때면 차량봉사를 하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주차를 하곤 하는데 우리가 울타리를 하면..

이야기 2020.11.01

울타리콩 꼬투리 따기, 꼬투리 까기, 울타리콩 삶아먹기

서리가 내리고 나면 텃밭의 식물들은 성장을 멈춘다. 여름에 심은 배추와 무, 알타리, 파, 갓은 김장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걱정없이 크지만 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파랗고 싱싱하게 기어다니던 호박덩굴이 거무 틱틱한 빛을 띠고 늘어져 있다. 울타리콩 넝쿨은 호박과 달리 싱싱하게 옥수수 마른 대를 타고 올라가 담장 밖을 내다보고 있다. 서리내리기 전에 노랗게 말라가는 꼬투리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고 초록빛이다. 아마도 조금 늦게 심어서이거나 55일간의 긴 장마로 인해 익어가지 못했던게 아닐까. 텃밭을 둘러보니 차가운 날씨탓인지 조금은 움츠러든 표정이다. 한낮이 되면 언제그랬냐는 듯 활짝 웃고 있는 표정인텐데. 어린 아기와 같은 표정이다. 울타리콩도 이젠 키크기를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마당을 정리하기도 해야..

이야기 202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