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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무 쪽파 뽑기, 동치미 담그기, 김장 하기

푸른*들 2020. 11. 6. 11:31

귀촌한지 몇 년만에 울타리를 하느라 둘레에 심은 연산홍을 다 뽑았다. 텃밭에 있는 배추, 무 쪽파 갓도 뽑아서 창고앞에 모아 놓았다.

이튿날 우리가 김장할 것만 남기고 모두 큰 형님께 드렸다.

좀 더 있다가 뽑았으면 배추가 속이 차고 맛있을 텐데 일찍 뽑아서 속이 덜 차서 양이 얼마 안된다. 뽑아서 김장을 하면서 보니 배추 속이 안 차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몰랐다. 겉잎만 길쭉하고 큰데 속의 노란 잎들은 작달막해서 절이고 나니 푸른 겉잎이 반으로 접혀지는 수준이다. 10포기 기준으로 김장을 하려고 하니 15포기는 해야 양이 비슷한 것 같다.

작년에는 20포기 하느라 힘이 들었는데 올해 반으로 줄이고 나니 여러 가지로 쉽다.

필요한 그릇도 적어지고 배추 속도 반으로 줄고 양념 속도 금방 넣을 수 있고 담는 통도 남는다. 물론 지난 해 먹던 김치가 있어서 부족한 통은 김장 비닐로 대신하였다.

올해는 김장김치 양념에 무채를 조금 넣고 나머지는 무채를 갈아서 넣었다. 배는 채로 넣었다. 그랬더니 양념 바르기가 쉽다. 콩나물을 하다가 데쳐서 나온 육수는 양이 얼마 안 되지만 양념에 같이 넣었다.

배추만 작은 게 아니라 무도 작아서 앙증맞은 것들이 많다. 그런 놈들은 동치미를 담그면 좋다. 큰 것 , 작은 것 섞어서 잘 씻어서 소금에 절였다. 하루는 두어야 한다. 저녁에 절여놓고 다음날 낮에 동치미를 담궜다.

작년에 무를 통으로 담그니까 담아놓기가 불편한 점이 있어서 올해는 4등분으로 갈라서 동치미를 담근다. 휠씬 수월하다. 간편하게 담는 법으로 했다.

김치통 바닥에 쪽파, , 생강대를 깔고 4등분으로 썰은 무를 넣는다. 생강 마늘은 납작하게 썰어 같이 넣는다. 양은 대강 했다. 마늘은 한 줌, 생강은 작은 것 두 알 정도.

육수는 천일염을 종이컵에 담아 한 컵, 신화당 반 티스푼, 소주 반 컵을 넣어 둔다. 강판에 무 1/3 조각을 배 한 개와 같이 갈아서 체에 걸려 즙을 짠다. 즙을 같이 넣고 정수기물을 부어가며 간을 본다. 약간 짭짤하게 했다. 무가 절여진 정도에 따라 다르다.

대충 해서 먹는 게 내 성질이라서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 고민하며 머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까. 무를 갈라서 하니까 돌로 눌러둘 필요가 없어 좋다.

이틀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을 생각이다.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생강대는 구경도 못해 본 것인데 이웃집에서 키운 생강 한 더미와 생강대를 주셔서 동치미에 넣게 되었다. 생강대를 처음에 안 넣었는데 다 하고 나서 생강대 생각이 나서 넣는 바람에 혹시나 해서 소주를 한 잔 더 넣었다.

통 뚜껑에 이름 써서 끼워놓은 것은 꼭 해야 한다. 못 쓰는 명함에 네임펜으로 쓴다.

 

깍두기도 김치 담그는 방식으로 담궈 놓았다. 이웃집에서 얻어온 갓도 넣었다.

 

이틀 동안 김장을 다 하고 나니 개운하다. 그런데 머리 한 쪽이 욱신거린다. 편두통이다. 혼자서 편안히 하는 김장인데도 힘이 들기는 한가 보다. 워낙 요리에 관심을 덜 쓰는 편이라서. 결혼할 당시에 비하면 휠씬 나아진 편이다. 전라도 식성인 남편이 맛있게 먹어주는 걸 봐서.

제일 힘들었던 게 쪽파 다듬는 것이다. 키우다보니 벌레가 생겨서 머리 부분이 뭉그러지고 잎이 노랗게 되는 게 많고 덜 자라서 작다보니 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다. 그런 쪽파는 사람들이 안 살거다. 그래서 농사꾼들이 벌레가 안 생기게 약을 친다.

어느 한쪽을 잘못되었다 탓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래 살려면 열받지 말라고 하니 시장에 가서 쪽파를 산다면 멀쩡하고 머리가 튼튼한 것을 살 것이다. 약을 뿌렸는지 아닌지 신경쓰지 말고. 아니면 친환경마트에 가서 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