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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종자 심기, 양파 심기, 마음의 속도를 늦추자

푸른*들 2020. 11. 9. 22:52

하버드대 교수 탈 벤 샤하르의 행복학을 바탕으로 쓴 장샤오헝의 <마음의 속도를 늦춰라>를 읽고 있다. 행복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은 불안을 초래하고 부정적 생각을 낳는다.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제목이다.

 

우리 집 울타리공사 등으로 집의 여기저기가 공사팀의 짐들과 연장으로 난장판이다. 텃밭의 채소도 다 뽑았으며 밭고랑도 다시 만들었다. 가래로 이랑을 다듬을라 치면 돌멩이들이 우후죽순처럼 틔어나온다. 고랑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쌓인다.

 

날씨가 점점 겨울로 다가가며 추워지는 것 같아 겨울준비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웃집들은 벌써 마늘을 심어좋았다. 남편과 나도 마늘을 심을 생각에 밭을 정리해가느라 한시가 바쁘다. 텃밭 가꾸기는 남편 몫이다. 돌을 골라내고 다듬어서 퇴비를 뿌려두고 몇일 지나서 흙과 뒤섞는다. 이번 퇴비는 친환경이라서 그런지 가스가 많이 안 나와서 빨리 밭을 꾸밀 수 있다.

마늘밭의 기초는 퇴비와 토양살충제다. 그동안 남편은 토양살충제와 고자리파리약을 뿌려서 뒤섞어서 밭을 정비해놓았다.

 

농원에서 마늘밭에 덮을 구멍뚫린 비닐을 사왔다. 8구멍과 10구멍짜리가 있다고 해서 좀 듬성듬성 식을 생각에 8구멍 검은 비닐을 사왔다. 고추지지대를 비닐두루마리통속에 넣어서 양쪽을 끈으로 묵었다. 시작점에 올려놓고 밭위로 굴려가며 양쪽에서 흙을 덮어주며 비닐을 고정시켰다.

 

마늘종자 400개정도 된다는 것을 이 만원에 사와서 구멍마다 10센티깊이로 심느라 허리가 아팠다. 심고나서 위에 흙을 덮어서 구멍마다 더 채워줬다. 보온을 위해서 나중에 투명 비닐을 덮을 예정이다. 짚을 덮어주면 좋지만 못 구하면 비닐이라도 덮어야 한다.

 

양파 반 판도 이어서 5센티 깊이로 심었다. 양파는 심고나서 물을 주고 다시 흙을 덮어주었다. 마늘은 심은 흔적이 잘 안 나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양파는 순이 파처럼 자라서 심었는지 아닌지 구분이 잘 가서 쉽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마늘과 양파 심기를 했는데 새벽에 뜬금없이 마늘밭에 제초제를 섞은 것 같다며 남편이 고민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제 어쩌란 말이냐.’하는 노래 아닌 노래를 읊조렸다. 그럼 다 뽑아야 하나 했더니 이미 약이 묻어서 죽을 거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옆 이랑에 다시 심자는 말로 결론을 냈다. 고생을 다시 한번 하기로 각오하고서.

남편은 얼마나 비통할 것인가. 마을 사람들한테 망신당할 것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찍 온 공사팀과 이것저것 공사하는 것을 거들면서 일하길래 언제 저 밭을 또 정비해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 알았어. 다시 뿌린 것을 잘 읽어보니 제초제가 아니고 고자리파리약이었다.”

나는 남편의 말에 안심을 하였다.

마늘은 고자리파리가 들어와 앉으면 누렇게 잎이 뜨고 말라죽게 되어서 방지가 필요하다.

 

얼마나 다행인가.

조급한 마음에 남편이 잠시 잘못 뿌린줄 착각하고 만 것이다.

때때로 정지하며 주변을 돌아보라는 말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야한다. 이 세상은 사라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