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올해 울타리를 한다.
밤마다 우리 진돗개가 짖어서 그렇다. 우리 개는 고양이를 싫어한다. 고양이만 보면 달겨들려고 한다. 밤마다 찾아오는 고양이 때문에 개를 풀어놓으려고 하다보니 울타리가 필요하다.
고양이가 왔다간 것은 텃밭을 보면 안다. 씨앗을 심어놓은 곳이면 어김없이 헤쳐서 변을 보고 가거나 한다. 김장할 때 쓰려고 갓을 심어놓은 곳도 고양이가 헤쳐서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울타리가 없던 곳에 하려하니 마을사람들이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아니나다를까 이웃집 할머니는 “주차할 공간은 남겨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색을 했다 한다. 그동안 잘 지내오고 필요할 때면 차량봉사를 하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주차를 하곤 하는데 우리가 울타리를 하면 주차공간이 줄어들 것 같으니 미리 그러는 것 같다.
하루는 언덕위에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매일 오는 간병인도 “울타리를 하니 섭섭하네요.”라고 남편에게 했다한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도 아닌 터에. 벤치에 앉아서 우리집 텃밭이며 꽃밭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나 보다.
모두가 마을의 중심점이 되는 느티나무앞이라 그렇겠지. 처음에는 다 망가져가는 평상이 있었다. 평상대신 방부목 벤치를 사다놓았다. 마을 벤치이니 치울 수는 없고 주차공간이 줄어들지는 모른다. 사실 주차하는 곳은 아니지만 서로 손님들이나 간병인이 오면 자기 집말고도 더 주차할 곳이 필요하니 그럴 것이다.
그래서 약간 들여서 울타리를 한다. 마을 이장한테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시골에 살면 생기는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만 대화를 나누어야 편하다. 대표성있는 이장이 알고 있으니 그런 대로 지나갈 것이다.
우리가 잘못 한 것은 없으니까.
공사를 맡은 현장소장은 “울타리를 하면 더 아늑하고 집이 더 좋아보여요.” 하신다.
사적인 공간인 만큼 보장받아야 하는 입장도 있다. 울타리를 하고 싶어한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견디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된다. 이겨낼 수 없다면 울타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울타리를 하고나서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예전과 같이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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