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이야기 113

기존 창고를 방으로 리모델링, 조립식 창고 설치

창고를 방으로 만들었다. 둘째 아들이 올 때마다 쉴 방이 없어서다. 잠깐씩이라도 방에 가서 쉬면 운전하느라 힘들었던 것도 해소될 것이다. 커다란 창을 잘라서 아래 위를 막힌 창으로 하고 가운데만 여닫이 이중창을 했다. 처음에 창을 높이 내려고 했으나 전망이 막히고 너무 답답하여 내려서 달았다. 하고나니 내리길 잘 했다.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포도나무도 보이고 멀리 주읍산도 보인다. 창고에 있던 짐들은 우선 데크에 놓았다. 조립식 창고를 조립한 후에 옮긴다. 조립하는데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창고 바닥에는 파렛트 깔판을 사서 놓고 주변의 물길도 정비하였다. 데크에 있는 짐들을 창고로 옮기고나니 데크 주변이 많이 환해졌다. 텃밭에 채소를 키우고 꽃밭에 꽃을 키우며 사는 전원생활은 도시에서 갖던 욕심과 다르다..

이야기 2020.06.30

돌멩이로 만든 설치작품 '똥'

전원생활은 꽃밭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꽃의 피고 지는 모습속에서 행복을 얻기 때문이다. 나는 주차장 옆에서 꽃밭가꾸기에 도전하였다. 주차장 옆 꽃밭 둘레에는 밭에서 나온 돌멩이로 경계선을 표시하였다. 다 해놓고 보니 나름 운치가 있다. 비온 후에는 꼭 풀을 뽑는데 쭈그리고 앉아서 뽑다보면 허리 무릎에 이상이 온다. 허리를 덜 꾸부리고 풀을 관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산 농기구가 생각났다. 서서 쓱쓱 긁거나 날카로운 모서리부분으로 풀을 캐도 된다. 그런데 돌멩이를 놓은 곳은 긁기가 불편하다. 돌멩이까지 긁어대면 꽃밭 경계선이 무너지고 다시 정리해야 한다. 나는 돌멩이를 긁어다 모아놓고 경계선의 돌멩이를 놓지 않기로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꽃밭 모양이 자리를 잡아갔기 때문이다. 쌓아 놓은 돌멩이들을 어찌할까?..

이야기 2020.06.11

양평에서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

빨강머리 앤은 ‘앞일을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는 20대때는 나도 꿈에 부풀어 할 일을 계획하며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곤 했다. 결혼하면 친구같은 남편이 있어 마음이 편안할 줄 알았고 맞벌이를 하여 어떻게든 집도 사고 아이도 낳고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 생각들로 채우고 나니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시간도 즐겁고 강의를 듣는 시간도 즐거웠다. 시간이 흘러 꿈은 꿈으로 끝나고 현실만이 석고상처럼 현관앞에 떡 버티고 있어 비켜가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이 되었다. 아이들 키우기, 남편 뒷바라지, 친정어머니 모시면서 살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들이 가정을 지키며 자기 시간을 갖는 것이 어찌 보면 희생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아득히 먼길을 걸어와서 눈앞에 펼쳐지는 잔디..

이야기 2020.05.29

마늘쫑 뽑는 일과 방법

올해 마늘을 처음 심어봤다. 작년에도 심어보라는 것을 안했는데 올해는 새로운 경험을 해볼 요량으로 심게 되었다. 이웃집들도 심어서 은근히 서로 비교를 하게 된다. 봄에 그렇게 가물어서 물을 주곤 했는데 요즘은 비가 또 너무 자주 오는 편이라 썩을까봐 걱정이 된다. 안그래도 이웃집은 마늘에 벌레가 생겨서 할 수 없이 약을 뿌렸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물을 많이 주어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람이 잘 안 부는 오목한 곳에 텃밭이 있으면 그렇다. 우리 집 마늘은 벌레가 안 먹은 줄 알고 다행이다 했는데 일주일후 누렇게 된 것들을 보니 벌레가 생겼다. 할 수 없이 우리도 농협에 가서 약을 사다 뿌렸다. 우리 밭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인데도 그러니 참으로 농사일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며칠전에는 ..

이야기 2020.05.26

부부의 날, 건망증 이겨내기

옥천면에 있는 식당으로 가는 길이다. 집에서 가자면 신호등을 거치지 않고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간다. 그러자면 군청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한다. “우회전.” 나는 삼거리에 다다르자 작게 외쳤다. 내 말대로 우회전을 하여 옥천으로 가는 길로 향했다. 운전할 때 간섭하면 운전하는 사람이 헷갈릴 때도 있어 물어볼 때 외에는 모른 척하는데 오늘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전에 옥천으로 갈 일이 있어서 가다가 군청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안 했다. 가다보니 거리도 멀고 신호등을 거치느라 서로 후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우회전’하고 외친 후에 남편의 반응은 의외였다. “꼭 필요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똑같이 잊고 똑같이 기억하니 앞으로 우째 사나?” 내가 잊지 않고 ‘우회전’할 것을..

이야기 2020.05.21

꽃양귀비는 알 수 없다

꽃양귀비는 참 알 수 없다. 작년에 피고 지고 그 후 소식이 없더니. 올해 다시 그 자리에 작은 싹들이 옹기종기 올라왔다. 거기뿐이랴. 데크 앞에도, 자갈 길에도, 잔디에도 , 대추나무 밑에도 싹이 트더니 점점 반경이 두 손바닥만해졌다. 심지도 않은 것들이 다시 찾아주니 반갑다. 가냘픈 몸매라서 얼굴도 가냘프고 하루 이틀만에 꽃잎은 날려 떨어지고 만다. 아쉬운 마음을 갖고 살펴보면 또 다른 꽃이 올라와선 피어날 준비를 하곤 다음 날 핀다. 강렬한 주홍빛 입술같은 꽃이지만 피기 전의 고개숙인 모습은 할미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양귀비는 작은 모종일 때 옮겨심어야 잘 산다. 큰 놈을 옮기면 몸살을 앓는다. 자칫 시들어 죽기도 한다. 씨앗이 있다면 가을에 뿌려두어야 겨울을 나고 싹이 튼다. 일년초라고 하는 봉..

이야기 2020.05.19

그대를 사랑하는 10 가지 이유

후배 딸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 나들이를 오랜만에 했다. 사내 커플이어서 주례, 사회, 친구들이 한솥밥을 먹은 것처럼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분위기다. 양가 부모의 말씀을 듣는 순서가 있었다. 신랑 어머님이 나오셔서 참석한 하객들에게 인사말씀 하시고 신랑신부에게 당부의 말씀을 조리있게 하셨다. 신부 아버님도 나오셔서 하셨는데 내외가 맞벌이라서 장모님이 딸을 잘 키워주셔서 이렇게 결혼하게 되었다며 장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어서 신랑신부에게 당부 말씀도 하시며 눈시울을 붉히는 걸 보았다. 나의 어머니도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시느라 애쓰셨던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으니 후회만 허공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결혼 축하노래를 친구중의 한 명이 불렀는데 노래 제목이 좋았다. ‘그대..

이야기 202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