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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 뽑는 일과 방법

푸른*들 2020. 5. 26. 21:55

올해 마늘을 처음 심어봤다. 작년에도 심어보라는 것을 안했는데 올해는 새로운 경험을 해볼 요량으로 심게 되었다.

이웃집들도 심어서 은근히 서로 비교를 하게 된다.

봄에 그렇게 가물어서 물을 주곤 했는데 요즘은 비가 또 너무 자주 오는 편이라 썩을까봐 걱정이 된다. 안그래도 이웃집은 마늘에 벌레가 생겨서 할 수 없이 약을 뿌렸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물을 많이 주어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람이 잘 안 부는 오목한 곳에 텃밭이 있으면 그렇다.

우리 집 마늘은 벌레가 안 먹은 줄 알고 다행이다 했는데 일주일후 누렇게 된 것들을 보니 벌레가 생겼다. 할 수 없이 우리도 농협에 가서 약을 사다 뿌렸다. 우리 밭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인데도 그러니 참으로 농사일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며칠전에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놀러와서 마늘밭에 풀이 많은데 안 뽑았다고 알려주셨다. 남편은 심기만 하고 풀은 가끔 뽑으니 정말 많이도 났다. 강아지 데크에 앉아계신 이웃집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마늘밭 양파밭의 풀을 다 뽑았다.

그 풀중에 바랭이풀이 가장 크게 자라서 뽑는데 애를 먹었다. 땅을 단단히 움켜쥐고 문어발처럼 사방으로 쫙 퍼져있다. 마치 몸에 배어있는 나쁜 습관처럼 뿌리가 단단하다. 그러니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 무진 노력을 해야하는 것처럼 바랭이풀 뽑는 일은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내게는 남편 칭찬을 잘 안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잘못했을 때는 지적을 잘 하면서. 남편은 그런 줄 알고 칭찬해달라는 듯이 자기 자랑을 한다. 그러면 나는 못이기는 척 잘했다고 한다. 조금씩 칭찬하는 횟수가 늘어가기는 하지만 칭찬할 때의 멋진 태도는 잘 나오질 않는다.

함박 웃음을 웃으면서 높고 애교섞인 큰 소리로 반갑게 칭찬해주는 태도 말이다. 남편이 언제쯤 만족하게 될까 알 수 없다.

 

이제 마늘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에 비가 자주 오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잘 되면 잘 먹고 잘 안 되면 사다 먹으면 되지 하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런데 오늘 자세히 살펴보니 마늘쫑이 자라고 있었다.

마늘쫑을 잡아당겨 보지만 짧게 끊어지고 만다. 마늘쫑 자르는 도구도 이웃집에서 사주었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오후에 이웃집 할머니가 나오셨길래 여쭈어보니 알겠다.

뿌리에서 두세마디경에 도구를 마늘대에 찔러놓고 쫑을 살짝 돌려서 잡아당기면 끊어지면서 나온다. 지금은 잘 안되니까 내일 아침에 뽑으라고 한다. 쫑이 보이는 마디에서 서너마디 아래가 될 수도 있다. 너무 아래로 하면 길어서 잘 안 뽑힐 때도 있고 너무 짧게 하면 마늘쫑 먹을 게 없다. 마늘쫑 먹으려고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어디에 하든 상관없다. 짧으면 조금 먹는 대신 잘 뽑힌다.

무엇이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대화가 안 된다. 말로만 듣고 해본 결과가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농사일이든 다른 일이든 경험이 선생님이다. 경험으로 이뤄진 노하우를 잘 배워나가며 살아야 지혜로운 삶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