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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서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

푸른*들 2020. 5. 29. 23:10

빨강머리 앤은 ‘앞일을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는 20대때는 나도 꿈에 부풀어 할 일을 계획하며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곤 했다. 결혼하면 친구같은 남편이 있어 마음이 편안할 줄 알았고 맞벌이를 하여 어떻게든 집도 사고 아이도 낳고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 생각들로 채우고 나니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시간도 즐겁고 강의를 듣는 시간도 즐거웠다. 시간이 흘러 꿈은 꿈으로 끝나고 현실만이 석고상처럼 현관앞에 떡 버티고 있어 비켜가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이 되었다.

아이들 키우기, 남편 뒷바라지, 친정어머니 모시면서 살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들이 가정을 지키며 자기 시간을 갖는 것이 어찌 보면 희생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아득히 먼길을 걸어와서 눈앞에 펼쳐지는 잔디밭과 꽃밭을 바라본다. 앞으로도 먼길을 걸어갈 것이다.

 

내게 다가올 앞일은 생각만 해도 조금 겁이 난다. 아직 먼 시간이 있어야 다가올 일을 미리 생각하는 까닭이다.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러 예술의 전당에 있는 한식당 담에 갔다. 점심을 먹고 식당 앞 데크에서 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바로 서울서예박물관 왼쪽으로 해서 우면산방향으로 가는 길에 연못이 있다. 절로 올라가는 층계가 있어서 층계에 앉아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건망증에 대한 것이 가장 많다. 나만 건망증에 휘둘리는 줄 알았더니 한 친구의 이야기에 다들 공감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건강에 대한 것이다. 한 친구는 참석한다고 하고는 허리가 아파서 못나왔으니 말이다.

이십년 후 나는 건강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을지 장담을 못한다. 그저 지금 순간순간 마음 가는 대로 할 뿐이다. 먼 앞날을 생각하면 두려움과 불안이 연기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불안을 떨쳐버리고 빨강머리 앤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게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해보자.

 

이런 상상은 어떨까?

전원주택에서 매일 맑은 공기 마시고, 이웃들과 즐겁게 놀고 일하며 커피도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아픈 데도 없어서 씩씩하게 걸어다니며 산책을 즐긴다. 집앞의 산책길에 모여서 같이 산책을 하면 심심하지 않다. 마트에 갈 때는 이웃집과 같이 가서 맛있는 것을 산다. 텃밭은 5평 정도로 줄여서 간단히 채소를 키우고 부족한 것은 마트에 가서 산다. 아니면 이웃집과 의논해서 농작물을 서로 다른 것으로 심어 키운다. 점심은 몇 집이 같이 모여서 먹는다. 각자 집에 있는 반찬을 가지고 모이면 된다. 일주일에 두번은 가까이에 있는 공방에 가서 그림도 그리고 수제로 빵도 만들어 먹는다.

몇 살까지 그렇게 살지 모르지만 죽기전까지 건강하게 살아보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즐거워진다. 상상이 없으면 인생은 무척 슬퍼질 거라는 빨간머리 앤처럼 나도 그렇다. 상상의 힘, 대단하다.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