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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후 아침에 하는 일-꽃 옮겨심기

푸른*들 2020. 5. 16. 22:26

비 온후에는 아침 나절이 바쁘다.

땅이 단단한 빗장을 열고 내 마음을 받아주듯 땅속 깊이 물이 스며들어 폭신하기에 풀을 뽑기 좋다. 새로 만든 꽃밭의 풀을 쏙쏙 뽑아내고 다독인다. 어느 새 자라난 개망초가 양귀비꽃 사이에서 '나 여기 있어요.'하고 고개를 내밀고 있어 뽑아보니 무척 길게 자란 모습이다. 애처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꽃양귀비밭에 자라는 메리골드는 모종삽으로 떠서 메리골드만 모여있는 곳으로 옮겨준다. 한 두 놈이 아니기에 두 손이 바쁘다. 어떤 놈은 내게 잘못 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차없이 뽑아내기도 한다.

낮달맞이옆에 키가 큰 해바라기 모종도 떠다가 해바라기가 모여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준다. 내가 심지도 않은 곳에서 싹을 튀운 것들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귀찮기도 하다. 누가 옮겨주었을까? 바람일까? 고양이일까? 알 수 없다.



금낭화밑에서 자라던 팬지도 떠서 옮져주었다. 삼색제비꽃인줄 알았는데 팬지다. 꽃잎이 작다. 이웃집에서 얻은 것인데 그 집 것은 삼색인데 우리 집 것은 보라색이다. .


땅이 단단할 때는 힘든 일이 비온 후에는 쉽다. 그래서 때를 놓칠세라 서두르게 된다. 모든 일이 때가 있는 법. 늘 듣던 소리였다. 늘 하던 소리였다.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땐 놀고. 그 때를 놓치고 나면 몇 배 더 힘들어진다고. 나는 그걸 터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 키울 때, 아이들의 생활습관 교육도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놓치고 나서 속으로 후회를 많이 했다.

 

꽃밭에 꽃잔디가 많이 자라서 다른 꽃에 방해가 되는 곳이 있어 오늘은 기어코 그곳에 간섭을 했다. 꽃잔디는 파서 새로 만든 꽃잔디 부분에 심어주고 빈 자리에 다른 곳에 혼자 크는 꽃을 모아서 심어주었다.

내가 줄세운 것이다. 너희는 여기서 줄 서있어. 여기서 살아. 이렇게.

식물들은 말없이 따른다. 내가 해주는 대로. 그런 만큼 정성을 쏟아 제때에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잘라주기도 하여야 한다.

 

한 시간 정도 하고나서 아침을 먹으면 밥맛이 좋다. 상쾌한 공기도 마시니 더 좋다. 여행가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텔이나 펜션 근처를 한 두 바퀴 산책하면서 새로운 여행지의 모습을 보고나서 먹는 아침과 같다. 그런 느낌을 매일 아침 반복하면서 그런대로 시골 생활에 적응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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