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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심기와 저녁 마실 이야기

푸른*들 2020. 5. 8. 23:44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5센티 정도의 물에 담궈놓았던 모종에 뿌리가 나고 있었다. 더 늦게 심으려고 했는데 기다리다가 모종이 시든다고 해서 심기로 했다. 원래는 최저온도가 15도 이상일 때 심어야 한다.

다음주에 최저온도가 9도인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비스듬히 구멍을 뚫고 모종을 넣은 후 흙을 둘러 묻고 물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위에 흙을 줄기 둘레에 덮었다. 비닐에 고구마 이파리가 닿으면 한낮에 뜨거워서 이파리가 타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 비가 올 예정이므로 고구마는 잘 살 것 같다.

 

저녁을 먹을 때쯤 윗집 동생이 차마시러 오라는 전화를 했다. 반가운 목소리에 그러마하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볶아놓은 땅콩을 한줌 가지고 올라갔다.

브랜딩한 허브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서로 대화를 하지 않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주말에만 내려오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자택근무를 하면서 평일에도 내려오니 시간이 여유로와서 말을 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 동생 어머니가 갖고 있는 나의 첫인상은 텃밭은 남편이 다 하고 나는 일도 안 하고 새침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 대한 반론으로 오른손 엄지의 불거진 관절을 보여주었다.

꽃밭의 풀, 잔디에 난 풀은 다 내가 뽑았어요. 텃밭의 모종도 내가 다 심었어요. 남편은 땅 고르고 고랑내고 퇴비뿌리는 일을 했지요. 비닐 멀칭할 때도 같이 해요.”

, 그래요. 오해였네요. 사람은 멀리서만 보고 단정 지으면 안되겠어요.

새로 가꾼 꽃밭의 모양을 내려다보니 정말 깊이 생각하고 하신 것 같아요.”

처음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하면서 동생 남편이 거들어준 칭찬에 마음 속으로 흐뭇하기도 하였다.

 

직접 내려준 예가체프 커피를 순하게 해서 한 잔 마시며 페북이야기도 하고 자기 표현의 시대인 만큼 스트레스를 풀고 지내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마침 비가 내려 빗소리도 촉촉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날씨가 좋은 날엔 하늘의 별이 자연스럽게 잘 보이는 데크에서 보내는 저녁시간은 한낮의 시간보다 더 아늑하고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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