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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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경 시켜줬더니

나이가 들어서 건강관리할 일이 많아진다. 더구나 전원생활을 하니 가끔 아산병원같은 종합병원에 간다. 나는 일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하러 가고 남편은 정기적으로 몇 달에 한 번씩 진료를 받고 약처방을 받으러 간다. 오늘도 좀 일찍 길을 나섰다. 아산병원에 갔다와서는 남편 왈 "서울 구경 잘 시켜줬지?" 나는 그냥 크게 몇 번 웃고 만다. 오후에 2층에서 버려야할 문서나 책들을 정리해서 들고 내려오니 남편 왈 "서울 구경 시켜줬더니 펄펄 나네." 시간이 지날 수록 집안에 물건이 쌓여가서 마음 먹고 정리를 시작했었다. 버릴 것을 뽑기하듯 뽑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싸매고 골라내서 가지고 내려왔던 것이다. 힘든 찰나에 남편이 가볍게 웃겨줘서 나도 가볍게 웃었다. 내가 꽃이 된듯이 말이다.

쉼표 2022.12.29

노트는 영혼의 안식처

겨울날엔 좀 게을러진다. 커튼사이로 햇살이 바알갛게 스며들어올 때 일어난다. 아쉬울 게 없고 급할 게 없어서일 것이다. 봄날에, 한 여름에, 가을에 부지런을 떨며 일찍 일어나 아침 먹기전에 마당을 둘러보며 열매도 따고 풀도 뽑기도 한 날들의 보상으로 생각한다. “해님도 내 방에 늦게 나타나는데.” 이런 어린애다운 생각을 하다니. 할 일도 적은 때라서 마음이 느긋하고 푸근하다. 그런 게으름을 느긋함으로 포장한다. 겨울날은 그래서 좋다. 한 밤중이나 새벽은 도심지보다 2도 정도는 더 추워서 일어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햇살이 없는 한낮의 겨울날은 왠지 으스스하여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아진다. 집안에만 있자니 쓸쓸하고 번잡한 서울로 외출해보고 싶다. 생각은 잠시 뿐 그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내 상황에 ..

수필 2022.12.29

마음 가는 대로

동요는 노래로 부를 수 있는 동시다. 동요를 부를 때마다 어쩜 이렇게 가사에 꼭 맞게 작곡을 했을까 감탄하곤 한다. 나도 언젠가는 가사를 잘 지어서 동요로 부를 수 있게 작곡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내가 동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전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동시를 외워서 발표하는 것을 보고 나서였다. 서툴지라도 습작해본 것을 작은 잡지에 시와 동시를 투고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잊고 지냈던 길을 우연히 ‘아동문예’라는 잡지를 알게 되면서 걷게 되었다. 시보다 동시가 더 내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 시는 접어두고 동시를 써왔다. 4권의 동시집을 내었지만 인정할 만한 문학상도 못 받은 내게 기쁨을 주는 것이 하나 있다. 오래전부터 내가 지은 가사로..

수필 202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