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2022/02/04 3

인생 이모작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을 쉽게 알려주는 거라면 수원화성을 지을 때 고안한 거중기와 정조 임금이 강을 건널 때 만들어 사용한 배다리라고 알고 있다. 부끄럽게도 정약용의 흠흠신서는 제목만 알고 내용은 잘 모른다. 읽어본 적이 없다. 형법서라는 그 책을 은대고전문헌 연구소 자문위원 이강욱은 2년간 작업하여 번역하였다고 한다. 83년 23세때 냉장고 부품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의수를 착용하고도 자격증시험에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평생 매달릴만한 일을 찾은 그에게 다가온 것이 한문과 역사학이었다. 전주서당에서 명심보감과 사서삼경도 배우고 30여년간 한문고전 번역가로서 활동하였다. 보통 직장을 다니다 은퇴한 이후에는 편안히 쉬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한다. 한 일년쯤 쉬다보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할 ..

수필 2022.02.04

더 많은 버림을 위한 발자국

태풍이 부는 날, 마당의 나무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속의 나무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며 나풀거리는 옷들을 부여잡고 있다. 이파리들은 여자들의 머리카락처럼 흩날린다. 그 중에 정원 구석에 심은 소나무가 태풍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웃에서 분을 떠서 주신 나무다. 유난히 주지가 길게 뻗어 올라가서 휘청대는 모습이 쓰러질까 조마조마하다. 잘 살지 못하고 죽게 되면 면목도 없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목이 마를까봐 물도 주기적으로 주고 막걸리도 사다가 부어주었던 나무다. 남편과 나는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밖으로 나갔다. 키다리 아저씨같은 소나무의 맨 꼭대기 주지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운데로 길게 뻗어올라간 주지를 톱으로 자르고 나니 키가 작아져서..

수필 2022.02.04

삶의 짐

철새들이 서식지를 옮길 때는 체력만 키우면 된다. 좀 더 살기좋은 곳으로 갔다오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먼 길을 떠날 때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은 이사를 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나도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면서 부담스러운게 이삿짐이었다. 그 많은 살림살이가 시골집에 다 들어갈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걱정이 짐처럼 어깨에 매달려 한 달 정도 있었다. 누구나 짐을 안고 메고 산다. 감당하기 어려운 살림살이에 치여서 살기도 하고 괜한 걱정거리로 마음의 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내려놓으니 이삿짐은 점점 줄어 갔다. 이삿짐이 해결되니 걱정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힘들게 이사오고 나니 새로운 걱정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걸 ..

수필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