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2022/02 6

기운을 내어 살아보자

지난 봄에 아마릴리스 알뿌리를 사서 꽃밭에 심었다. 처음 만나는 알뿌리라 어떻게 자랄지 궁금했다. 날렵하고 매끄러운 잎을 사이에 두고 솟아오른 봉오리 빨간 꽃이 네 송이나 피어서 마당 한 귀퉁이를 빛나게 해주었다. 아직 초보라 씨앗 받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고 말았다. 겨울이 되면 얼게 될거라서 화분에 심어서 유리창이 있는 데크에 놓아두었다. 유달리 올 겨울은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다. 깜박 잊고 놔둔 화분이 생각나서 들여다보니 잎이 얼어서 녹아내리듯 볼품이 없어졌다. 그 옆에 친구하라고 놔둔 군자란도 마찬가지였다. 부랴부랴 실내로 들이고 얼어버린 잎들은 떼어냈었다. 한달가량 지나 아마릴리스 잎이 한 잎 두잎 올라오고 그 옆에 작고 도톰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이파리는 아니니 꽃대였다. 꽃대는 내..

이야기 2022.02.25

호미로 시를 쓴다

전원주택에 이사온 첫해에는 풀도 많이 안 생겨 그럭저럭 살만했다. 삼년째 되다보니 풀도 자리를 잡았는지 뽑고 나면 어느 새 씨뿌린 듯 작은 싹들이 빽빽하게 솟아나 있다. 남편은 텃밭, 나는 꽃밭. 이것이 관리구역이었는데 구역을 지키기가 어렵다. 바쁜 일로 서울에 가거나 병원 나들이가 있거나 여행 일정으로 관리 기한을 넘긴 경우다. 텃밭과 꽃밭을 한 바퀴 둘러본 후 각자 자기 구역의 일에 몰두한다. 먼저 끝낸 사람은 다른 구역의 일에 손을 보탠다. 텃밭의 일을 끝내고 온 남편이 내가 풀뽑는 걸 보다가 호미를 들고 거든다. 물론 나도 텃밭으로 건너가 풀뽑는 것뿐아니라 열린 가지 호박 오이를 거둬서 주면 내가 받아오기도 하고 따기도 한다. 보다 못해 나선 것이다. 비온 후엔 더하다. 옥수수 심어 놓은 곳엔 옥..

수필 2022.02.06

인생 이모작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을 쉽게 알려주는 거라면 수원화성을 지을 때 고안한 거중기와 정조 임금이 강을 건널 때 만들어 사용한 배다리라고 알고 있다. 부끄럽게도 정약용의 흠흠신서는 제목만 알고 내용은 잘 모른다. 읽어본 적이 없다. 형법서라는 그 책을 은대고전문헌 연구소 자문위원 이강욱은 2년간 작업하여 번역하였다고 한다. 83년 23세때 냉장고 부품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의수를 착용하고도 자격증시험에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평생 매달릴만한 일을 찾은 그에게 다가온 것이 한문과 역사학이었다. 전주서당에서 명심보감과 사서삼경도 배우고 30여년간 한문고전 번역가로서 활동하였다. 보통 직장을 다니다 은퇴한 이후에는 편안히 쉬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한다. 한 일년쯤 쉬다보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할 ..

수필 2022.02.04

더 많은 버림을 위한 발자국

태풍이 부는 날, 마당의 나무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속의 나무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며 나풀거리는 옷들을 부여잡고 있다. 이파리들은 여자들의 머리카락처럼 흩날린다. 그 중에 정원 구석에 심은 소나무가 태풍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웃에서 분을 떠서 주신 나무다. 유난히 주지가 길게 뻗어 올라가서 휘청대는 모습이 쓰러질까 조마조마하다. 잘 살지 못하고 죽게 되면 면목도 없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목이 마를까봐 물도 주기적으로 주고 막걸리도 사다가 부어주었던 나무다. 남편과 나는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밖으로 나갔다. 키다리 아저씨같은 소나무의 맨 꼭대기 주지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운데로 길게 뻗어올라간 주지를 톱으로 자르고 나니 키가 작아져서..

수필 2022.02.04

삶의 짐

철새들이 서식지를 옮길 때는 체력만 키우면 된다. 좀 더 살기좋은 곳으로 갔다오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먼 길을 떠날 때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은 이사를 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나도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면서 부담스러운게 이삿짐이었다. 그 많은 살림살이가 시골집에 다 들어갈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걱정이 짐처럼 어깨에 매달려 한 달 정도 있었다. 누구나 짐을 안고 메고 산다. 감당하기 어려운 살림살이에 치여서 살기도 하고 괜한 걱정거리로 마음의 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내려놓으니 이삿짐은 점점 줄어 갔다. 이삿짐이 해결되니 걱정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힘들게 이사오고 나니 새로운 걱정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걸 ..

수필 2022.02.04

강원 춘천 장절공 신숭겸 묘역, 의암호 둘레길, 죽림동주교좌성당

그동안 춘천을 여러 번 가봤지만 못 가본 곳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반려견도 데리고 가는 길이라 같이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찾아보았다. 의암호도 다시 보고 싶어서 의암호 근처에 있는 장절공 신숭겸 묘역으로 먼저 갔다. 생각보다 묘역은 잘 조성되고 큰 편이다. 여러 채의 한옥 건물도 있고 주차장도 널찍하게 해놓고 화장실도 대여섯 칸이나 있는 것으로 봐서 큰 공을 세운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안내판의 설명을 보면 고려 개국공신으로 왕건을 왕으로 추대하는데 역할을 했을 뿐만아니라 왕건을 대신해서 왕의 옷을 입고 적의 습격을 받아 전사하신 충신이다. 요즘 시대에 이런 충신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춘천에는 봄내길 코스가 5개 있는데 의암호 둘레길은 4코스에 해당한다. 4코스를 네비로 찍..

행복여행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