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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완전한 이타주의는 없다

푸른*들 2020. 3. 18. 22:07

양평으로 이사온 뒤에 진돗개 한 마리를 만나 가족이 되었다. 2개월 때는 귀가 처지고 귀여웠다. 세 살이 되었으니 어른 노릇을 하려나 했는데 덩치는 좀 커졌어도 하는 짓은 천방지축이니 보호자 탓인가 싶다.

손주 커나가는 것 보는 것처럼 강아지도 매일매일 신경이 쓰인다.

사료를 잘 먹었는지 산책 나가면 볼일을 잘 보는지, 만나는 강아지를 어떻게 대하는지 늘 살피고 가르치려 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지내려해도 강아지에게는 촉각을 세우고 관심을 갖게 되니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밖에서 키우는 형편이라서 겨울에는 춥지 않도록 두껍게 깔개를 깔아주고 바람이 들이치는 집을 피해서 데크에 세모꼴 집을 하나 더 만들어서 자게 한다.

세모꼴 텐트형 강아지 집은 페인트도 칠하고 경첩도 달아서 고생 끝에 만든 작품이다.

강아지를 위해서 옮겨 재우는 것도 있지만 데크 주변에 고양이가 와서 여러 가지 포대를 모아묶어둔 곳에서 자고 가는 게 보기 싫어서이다. 또한 강아지가 고양이에 대해 무척 예민해서 자고가는 고양이를 보고 계속 짖어대서 시끄럽기도 하다.

 

강아지를 위해서 하는 일이 결국은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기도 하니 이타주의는 이기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의 목표를 위해서 이타주의를 이용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좀 힘들더라도 나도 만족하고 강아지도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가에 따라 그 상황이나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 같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과 달리 그동안 해오던 것들을 바꿔나간 사람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마스크 부족 대란을 겪고 있던 때 코오롱 인더스트리 장희구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의료용 필터 설비를 마스크 생산용으로 전환하여 부족한 마스크 생산에 힘을 보탠다. 혈액투석용 필터를 실험 생산하는 연구용 설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면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간단한 조치를 취하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 그였다.

그의 생각은 이타주의에서 시작하여 결국은 자기 만족과 성공에 이르는 이기주의의 결과를 얻겠지만 이타주의에서 나온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불안과 공포로 물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불안과 공포 대신 조용히 칩거하면서 평온과 희망의 메시지를 뭇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뿐이다.

그렇더라도 내가 건강하고 가족이 건강해서 이웃에게 해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타주의의 기본이 되는 거라고 믿는다.

 

헤지펀드 최고경영자 레이 달리오는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를 늘 염두에 두면서 편견과 독단을 경계하였다. 그는 자신의 눈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경계선을 잘 유지해간 것 같다.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그래서 흑백의 세상을 아름다운 컬러로 보면서 살아오고 있다고 한 것 아닐까.

 

날씨가 따뜻해지니 강아지를 다시 원래 살던 집으로 옮겨서 재워야 겠다. 추운 겨울이 지났으니 고양이도 찾아오지 않을 것같고 강아지도 큼직한 제 집이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