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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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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화덕에서 불타오르는 낙엽

푸른*들 2020. 3. 23. 22:40

햇살도 따스하고 바람도 어제보다는 잠잠하다. 어제는 장작을 덮어놓은 천막천 옆의 작은 비닐들이 펄럭거렸었다. 장작으로 눌러놓았음에도 바람의 힘을 이길 수가 없을 정도였나 보다.

오늘은 햇살 비타민을 좀 마실 수 있는 행운의 날이다. 미세먼지도 없으니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널따란 챙을 자랑하는 밀짚모자를 쓰고 나간다.

남편은 얼마 전에 전지해서 꽃밭에 널려있는 잔 가지들과 낙엽을 치운다. 태워야 할 것들을 화덕에 쓸어모아 넣고 태운다. 붉은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는 겨우내 자란 보리싹을 뽑아서 바구니에 담는다. 어떤 싹들은 흙째 뽑아서 비어있는 곳에 옮겨 심는다. 단정하게 줄서있는 유치원 원아들 같다.

작년 가을에 이웃집에서 보리씨를 얻어서 심은 것들이 겨울을 나고 파릇파릇 자라있다. 처음으로 씨를 뿌린 것인데 예쁘게 자랐다.

보리싹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뽑아서 나물을 해먹어 보려고 뽑았다.

감자도 심어야 하니 군데군데 심어놓은 쪽파 몇 뿌리를 뽑아서 쪽파나물을 해먹으려고 바구니에 담아보니 수북했다.

수돗가에 갖다놓고 수돗가 근처에 있는 낙엽들과 잔디에 있는 낙엽을 긁어모아 화덕에 넣고는 수돗가에서 채소 다듬어 씻기에 몰입했다.

 


개집 타겠어요.”

어디서 큰 소리가 나서 쳐다 보니 우리 집을 내려다보는 이웃집에서 소리를 치는 거였다.

어머나, 언제 화덕에서 타던 불꽃이 날아갔을까.

개집을 올려놓은 작은 데크 옆 짚들이 타들어가고 잔디도 야금야금 타들어가고 있었다.

감자 심을 곳을 잘 정리하고 거실로 들어간 남편을 불렀다. 허둥지둥 거리며 수돗물을 퍼붓고 호스로 뿌리고 난리가 났다. 한바탕의 소동은 끝났지만 작은 데크 테두리부분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마늘 밭에 덮었던 짚들을 그곳에 놓았기 때문이다.

 

윗집 아줌마가 아니면 더 많이 타서 더 힘들게 처리했을 것이다.

큰 일 날 뻔했네. 윗집 덕분이야.”

그러게. 윗집 신세를 졌네.”

윗집이 늘 내려다본다고 신경을 썼는데 오히려 덕을 보았어요.”

늘 우리 집을 내려다보니 감시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던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나쁜 일만 있으란 법이 없네. 불편한 점이 오히려 좋은 점이 되었다. 만약 이웃에 아무도 없는 곳에 산다면 어떠했을까. 산불로 번질 수도 있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산불이 나서 소방관들이 몇 달씩 고생을 하며 불을 끄는 나라도 있었는데.

 

한편 이웃과 사이가 나쁘다면 이웃이 관심을 갖고 지낼까?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일부러 알려주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쓴 김종원은 마음을 전하면 마음을 받는다.’라고 이순신의 행적을 들어 썼다.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 장수 진린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래야 천방지축인 진린이 이순신 장군을 도와 싸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진린의 배가 들어올 때도 군사를 배치하고 친히 나가서 정성껏 맞이하였고 왜적과 싸워서 얻은 왜적의 머리 40수를 진린에게 보내어 마음을 전했다. 그당시 적의 시체는 공로를 입증하는 것이니 전쟁의 승리를 진린의 공로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내게 던져진 숙제는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좋은 점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여 이웃과의 소통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