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째로 많은 탄소배출량을 내고 있다고 한다. 언제 또 순위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경제순위보다 높으니 그냥 가만히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하다. 병들어가는 지구가 안타깝다.
그로 인해 기후가 여름에는 폭염으로 겨울에는 한파로 좀잡을 수가 없다.
서울의 평균기온보다 2도 정도 더 춥다는 양평에서 산다고 하면 다들 겨울에 추워서 어떻게 지내냐며 걱정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서울로 놀러 왔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더구나 겨울은 농한기니 마음 놓고 친구들을 만나러 전철을 타고 서울에 간다.
“농번기에는 못 나올지도 몰라.”
쬐만한 텃밭에서 이것저것 조금씩 채소를 키우면서 농번기라고 하니 친구들이 웃을 수 밖에.
그렇게 말해 놓고 나도 웃음이 난다. 아침나절엔 햇살이 들어와 따뜻하지만 저녁이 되면 아파트보다는 좀 추운듯하여 오후에는 벽난로에 장작을 때기도 한다. 서울나들이를 하는 날엔 친구들과 한바탕 이야기 하며 웃고나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도시 생활의 변화도 알게 되는 이중효과가 있으니 춥더라도 모임에 꼭 나가려고 노력한다.
경의중앙선은 지하로 다니지 않고 경치 좋은 곳을 보여주니 서울가는 길은 지루하지가 않다. 겨울이라 하더라도 겨울 나름의 경치가 내 맘을 사로잡는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의 행진이 좋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단정하고도 개성이 보이는 전원주택 마을이 좋다. 하얀 눈이 내린 후에는 솜이불 덮고 앉아 있는 것같은 마을풍경으로 내 마음도 푸근해진다. 고구마를 구워먹는 모습이 연상되는 연기도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여름 내내 마당에 살던 온갖 동물들은 어떤가. 그러고보니 나만 농한기가 아니다. 참새, 들쥐, 두더지 같은 것들과 곤충, 거미같은 동물들도 농한기다. 그들은 나무뿌리 속, 눈덮힌 땅 속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을 것이다.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가 나의 과제인 것처럼 동물들은 겨울에 살아남기가 과제일 거라 생각한다.
동물들은 농한기에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미리 준비를 잘 해서 그렇겠지만. 기후변화로 더 끔찍하게 추운 날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먹을 것 없어 굶어죽지 않도록 우리 사람들이 해야할 일들만 있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시골살이에서 살아남기>
-서울갈 때 승용차대신 전철타고 가기. 물론 휘발유 소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채소 과일 쓰레기는 구덩이를 파고 모아놓았다가 흙으로 덮기.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만들어 쓰기.
-채소를 씻은 후 나온 물은 꽃밭과 잔디밭에 뿌리기.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친구들에게 채소를 담아줄 때 종이 가방과 신문지를 이용하기.
지인들에게 넘쳐나는 쇼핑백이 있다면 시골로 보내달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농한기는 소중한 시기이다. 한 여름 텃밭의 풍경처럼 다양한 생각들로 가득 채우고 싶은 시기이다. 그래서 오랜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과의 만남 만큼 또 다른 것들로 나를 담금질 하려고 한다. 도서관에 가득 찬 책들을 가볍게라도 순례하다보면 생각은 꼬리를 물고 나의 농한기를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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