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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겨울을 온몸으로 맞이하다

푸른*들 2020. 2. 7. 12:13

호화로운 여름의 유채색은 가고 아침 저녁 쌀쌀한 가을도 가고 무채색의 겨울이 되었다.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을 더 좋아하는 내게 처음 이사와서 낯선 시골의 겨울은 을씨년스러울 수도 있을 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추위를 몰고온 겨울을 새로지은 집이 모두 감싸안고 있어서인 것 같다.

그런데 난방을 해도 집안이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난방이 잘 되도록 지었으나 아파트만큼 따뜻하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난방 조정버튼을 거실에 있는 난방버튼과 방에 있는 난방 버튼의 구실이 달라서 그랬던 거였다.

나중에 건축 현장소장과 통화하여 작업자가 와서 난방버튼 관리 요령을 듣고 나서 불편함은 사라졌다.

그런 줄 모르고 우리는 거실에 있는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거실이 화끈해지도록 불을 땠다. 불을 피우고 공기 구멍을 열어놓는 방법도 처음이라 서툴렀을 때였다. 그만큼 장작을 많이 소비했다.

벽난로를 사온 곳에 가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니 불을 때는 방법은 물론 유리는 불을 때고나온 재로 닦으라는 것도 알려주셨다. 그래서 시커멓게 낀 유리를 닦느라 애스던 남편의 수고도 해결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찌든 때 닦는 스프레이 세제를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닦여서 애를 먹었다.

전원주택에서의 겨울은 군고구마를 구워먹으면서 보내면 좋다. 그해 농사지어 거둬들인 고구마를 창고에 넣어두고 구워 먹으면 힘들이지 않고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 더구나 군고구마를 넣은 곳에 맥반석을 깔아 놓으면 더 좋다는 것도 이웃집 부부가 알려주었다.




따끈한 군고구마와 메리골드 꽃차를 먹으며 거실 밖 풍경을 바라본다. 신사의 모자를 놓은 것처럼 보이는 칠읍산이 멀리 보이고 가지만 남은 나무들과 누렇게 깔린 잔디가 겨울인데도 따사로워 보인다.

여름내 울타리에 피어서 산책하러 다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메리골드. 그 꽃을 따서 말려서 덖어 만든 꽃차는 나름 은은한 향기와 함께 눈에 좋다는 기분 좋은 선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