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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 2 -생각과 현실의 차이

푸른*들 2020. 1. 6. 15:20

생각과 현실의 차이


아침이면 온통 출근에 대한 긴장감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우리는 이제 여유롭게 새의 노랫소리,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로 아침을 맞는다. 은퇴 이후의 삶은 꾸미기 나름이다. 남편과 나는 은퇴이후를 어떻게 살아갈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으나 시골에서 살아보자는데로 생각의 일치를 보았다.


전세를 얻을까? 집을 살까? 집을 지을까?

집을 지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의견의 다툼이 없이 시간이 날때면 자동차의 엔진 소리마저 즐기며 교외로 내달렸다. 꿈같은 집을 지을 땅을 보러.

마음에 드는 땅을 찾은 이후 또 설계를 구상하며 고민에 빠졌다.

방은 몇 개를 할까, 거실은 어느 쪽으로 할까?

목조주택, 철근콘크리트, 벽돌, 어느 것으로 할까?

서점에 가서 건축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사오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세상에 이런 집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카페나 블로그도 들어가 보았다.

<내 집 짓기 프로젝트>를 보면서 다양한 건축의 장단점의 기본을 알게 되었고 <집짓기 바이블>에서는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자간의 갈등과 해법을 알 수 있었다. 집의 기초가 들어가기 전부터 <잘되는 집안의 10비밀><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으로 가구배치등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마침 남편이 잘 아는 후배 설계사를 만나서 상담을 하였다. 설계사와 같이 직접 땅을 보러 현장에 나가서 마을의 모습도 보고 참고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백 미터 앞에 있는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2, 방은 위 아래 각각 한 개, 그리고 25평 정도로 주문하였다.

집이 클수록 관리가 힘들고 더구나 노후에는 청소나 이동에 있어서 벅차기 때문이다.

땅을 보러 다닐 때도 우리는 150평정도의 작은 땅을 원했지만 흔치 않아서 땅을 매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은 집을 짓고 텃밭에서 소소한 농사를 지으려면 150평 정도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또한 땅을 준비하고 나니 건축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 것 같았다. 건축 재료와 양식에 따라 비용이 비교할 수 없었다.

그중에 많은 사람들이 목조주택을 선호하는 것도 알았다. 목조주택은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며 빨리 지을 수 있다. 또 습도도 조절되며 친환경적으로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설계사는 콘크리트로 지어야 오래 가며 주변 환경에 맞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으나 이사 날짜에 맞춰 지어야 하는 점도 감안하여 우리는 공사기간이 단축되며 난방이 잘 되는 ALC로 기초를 하고 전벽돌로 마감을 하기로 하였다. 물론 바닥기초는 콘크리트로 하였다.




의견조율에 있어서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건축 평수였다. 나는 25평정도를 원했으나 설계사는 계단만해도 5평이 나가고 설계가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1층으로 짓는다면 모를까 2층으로 지으려면 35평은 되어야 한다며.

설계를 결정한 후 중간단계에서 창고를 추가로 짓자는 남편 의견이 있어서 생각과 달리 평수가 늘어나서 비용 초과가 되었다.

땅을 보러 다니며 상상 속의 전원생활을 꿈꾸었던 때가 어찌보면 가장 행복했던 때다. 더 이상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한 번 집을 지어본 사람은 다시는 지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시공사를 정해서 집짓기에 들어간 이후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다.

비가 와서 공사기간이 연장되는가 하면 계단걸레받이로 어울리지 않는 무늬목을 대어서 밤새 고민하다가 새벽에 교체해달라고 문자를 보내서 결국 다음 날 뜯어내고 다시 한적도 있다. 콘크리트 다짐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어떤 타일을 쓰고 어떤 등을 쓰고 어떤 바닥재를 한다든지 하는 것도 의논을 했다. 그런데 씽크대 수도꼭지는 주문대로 하지 않아서 교체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건축을 하면서 의견이 안 맞거나 부실시공으로 황당한 일을 겪은 건축주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내게도 그런 일들이 생길까 봐 그런 것이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순조롭게 건축을 하게 되었다.

지금 살면서 곰곰 생각해보면 건축 평수가 초과된 만큼 잘 살고 있기는 하다. 면적을 줄이기 위해 계단을 노출형으로 했다면 오르내리거나 커다란 쇼파를 옮긴다던지 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창고도 이동식 창고를 사서 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비용은 좀 절감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면적이 좁아서 시골살림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미리 집에 어울리게 전벽돌로 지어서 창고보다는 넓고 쓸모있게 활용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살다보면 생각대로 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만큼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다. 집짓는 것도 그렇다. 생각은 꿈이라든지 환상이라는 말도 포함한다. 전원생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늘 생각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며 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