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기운을 느끼며-설레는 땅
땅을 밟고 다녀야 건강하다는 말이 요즘은 실감난다.
전보다 건강해진 느낌을 받는다. 남편도 모든 게 좋아졌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땅을 밟는 게 쉽지가 않다. 특별히 등산이나 산책을 하기로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마땅한 산책로가 없는 곳에서는 보도블력을 밟으면서라도 산책을 하기도 했었다.
전원주택에서 살게 되니 아침 저녁으로 텃밭에 나가기도 하고 꽃밭을 둘러보기도 하며 풀을 뽑는 시간이 한 시간 가량은 된다. 조금 힘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옷에 흠뻑 배는 땀냄새가 싫지는 않다.
이사 오기 전 우리 부부는 주말농장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시골에 가서 살아보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것도 집을 짓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집 지을 땅을 둘러보러 중개업소에 들리면서 처음에는 갓 들어간 신입사원마냥 쑥스럽고 무얼 어떻게 물어보고 살펴야할지 잘 몰랐다. 주말이면 나들이하듯 시원한 바람을 쐬며 강화도에서 평창까지 어디든 놀러가는 곳에서도 관심을 갖고 땅과 집을 보았다.
친구 소개로 지어져있는 집을 보러 강화도에도 가보았으나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그렇게 여러 번 강화도의 땅들을 보러 다녔는데 땅이 넓어서 감당하기에는 좀 벅찬 곳도 있었다. 집 짓고 텃밭을 조그마하게 하여 지나친 수고를 덜자면 300평은 넓은 편이었다.
자연 경관이 좋고 강원도 바닷가에도 가기 쉬운 횡성이나 평창도 어떤가 하여 평창 여행을 계획하여 여행해보고 횡성의 땅도 돌아보았다. 땅 뒤쪽에 산이 있어 좋은 위치였으나 너무 외져서 근처에 사는 집이 없어 외롭고 습한 기운이 들어서 결정할 수 없었다.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 여주에도 가보았다. 건축업자들이 산을 깎아서 택지로 조성한 곳인데 버스터미널에 가려면 20분정도 걸리고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서 정할 수가 없었다. 다른 물건 중에는 마을 입구에서 택지까지 들어가는 길이 멀어서 망설여진 곳도 있다.
어떤 땅은 땅모양이 반듯하지 않고 길어서, 또 어떤 땅은 값은 싸지만 오백 미터 앞에 현대식으로 하긴 했어도 축사가 있어 향기롭지 못한 냄새와 파리로 고생을 할 것이 뻔하였다.
가평에서는 땅 근처에 다른 펜션들이 있어 펜션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는 땅도 보았다. 시원한 물가여서 관광지의 역할에 맞는 곳이었다. 그러나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주말에 서울 갔다 오자면 관광하러 온 차들로 인해 오가기가 쉽지 않고 피서를 온 사람들로 인해 조용히 생활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더구나 ‘좀 더 나이들어 운전을 못할 때는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많은 곳을 둘러보다보니 내게 맞는 땅의 조건이 하나씩 고깃국에서 고기를 건지듯 건져졌다.
땅을 볼 때마다 나는 내 가슴에 밀려오는 설렘이 있나 살펴보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위해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고자 할 때 설렘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말처럼 나는 땅에도 그 공식을 대보았다.
그렇게 일년 이상 우리는 우리 몸에 맞는 땅을 찾아 여행 아닌 여행을 하였다.
늘 지나가기만 했던 양평에서 찾아보자는 남편의 말에
“그래요. 가까운데 놔두고 먼길을 돌아왔네. 비쌀까 봐 그랬지.”
그렇게 돌고돌아온 경험이 우리에게 판단력이라는 힘을 주었다.
시골 풍경은 어디를 가나 좋아서 ‘여기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 덜컥 계약을 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으니까.
양평에서도 여러 곳을 둘러 보고 마지막으로 괜찮은 곳이 나와서 결정을 하려고 마음 먹은 때 돌연 땅 보러 오라는 다른 부동산의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달려가서 그 땅을 본 순간 나는 커피를 마신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집으로 오면서 남편과 이야기한 결과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급하게 나온 매물이라고 하여 주말에 다시 한 번 땅을 보러 갔다 왔어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우리가 땅을 고를 때 본 조건은
1. 교통이 좋은 곳
전철이 있고 역까지 나가는 시간이 짧아서 걸어갈 수도 있는 곳
2. 예산에 맞는 곳
무리한 지출은 차후 괴로움을 안겨주니까
3. 150평정도인 곳
4. 남향이나 남서 남동으로 겨울 난방에 도움을 주는 곳
5.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곳
6.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이 고루 있는 곳
7. 진입도로가 다니기에 불편함이 적은 곳
8. 축사 양계장과 같은 시설이 없는 곳
삶의 모습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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