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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모르는 것이 많아서

푸른*들 2020. 1. 29. 19:53

모르는 것이 많아서


현관 문만 열면 바로 주차장이고 조금만 걸으면 이웃집에 닿는 시골로 이사오고 나니 모르는 것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전에는 몰라도 되는 것들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모르면 그 파장이 우리 생활속에 그대로 파고 들어 어떤 일은 즉시, 또 어떤 일은 몇 달후 드러나 난감해진다.

이웃집 젊은 아저씨가 경운기로 갈아준 밭에 밭고랑은 만들어 놓았는데 고추모종은 어떤 걸 심어야하는지, 어디서 사면 좋은지, 상추는 어디에 심어야 효과적인지 고구마모종은 어디서 어떤 모종을 심어야 하는지 배추는 언제 심는지....모르는 것 투성이다. 잘못 심으면 열매도 잘 안 열리고 모종이 죽기도 하니 말이다.

날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직장에서 그날 그날 할 일들을 달력에 빼곡히 적어놓고 해결해나가듯이 그렇다. 그런 일들을 머리로만 일하고 몸으로 일해본 적이 없는 고집불통이었던 남편은 잘도 해나간다. 텃밭의 일이니 남편이 알아서 하라고 나는 뒷짐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모종을 심을 때는 내가 꼭 하도록 기회를 준다.

옆에서 지켜보니 원주민 이웃집 사람들과 매일 소통하며 이야기 나누다가 궁금한 것은 그때그때 물어봐서 해내는 것이었다. 이웃집 할머니가 양평읍에 나갈 일이 있다고 할 때도 흔쾌히 태워다드리면서 말이다.

할머니와 젊은 아저씨는 우리의 어려운 점을 잘도 파악하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고구마 심는 곳엔 거름을 주지 않는다든지, 옥수수 밑에 울타리콩을 심으면 옥수수를 타고 올라가서 덩굴이 잘 자란다며 심어야 할 때에 씨앗을 나눠주셨다.

농사지은 초석잠을 한 바구니 캐어 주셔서 장아찌를 담그기도 하였고 자기네 밭에 씀바귀가 많다고 뽑아다 주셔서 초고추장으로 무쳐 오랜만에 쌉싸름한 나물을 먹은 적도 있다. 우리 밭에 아욱이 작을 땐 어떻게 알았는지 아욱을 한아름 가져오시기도 하고. 허긴 울타리가 없으니 주차장에서 내려다보면 텃밭의 모든게 다 보이는 상황이니 그럴 만도 하다. 허나 그렇다고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웃집과 친해져갔다. 친해지는 만큼 텃밭은 풍성해져 갔다. 친해지는 만큼 식탁도 건강한 채소로 넉넉해져 갔다.

아침 저녁에는 밭에서 한 시간 가량 살고 낮에는 인터넷에서 궁금한 것들을 배워갔다.

가끔 시골살이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면 친구들은 시골살이가 어떤지 보고 싶고 축하해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친구들을 초대한다는 것이 식당으로 불러 같이 점심먹고 집에 와서 차를 마시는 것이었다.

그럴 때 알맞은 식당은 이웃집에서 소개해주었다. 이웃집은 서울에서 20여년전에 이사온 부부이다. 좋은 식당을 알려준다며 같이 나가자.’고 하여 같이 저녁을 먹기도 하였고 그분들의 노하우도 하나씩 하나씩 전수받아 시골살이를 알차게 하고 있다. 메리골드 모종, 허브 모종, 양귀비 모종도 나눠주셔서 키우고 있다.

더구나 이웃집부부는 장작을 구입하는 곳도 알려주었다. 장작을 사는 날이면 두 집에서는 장작을 받아 쌓느라 바쁘다. 장작 쌓는 것을 보고는 장작 쌓는 방법도 알려주어 남편은 다시 쌓는 수고를 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로, 안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로 눈이 부시다. 커튼을 달기 전 썬글라스를 끼고 마당의 초록 잔디를 바라보는 새로움도 만끽하면서.

저녁에는 가로등만 하얗게 밤을 새우고 집집의 전등들은 일찍 잠에 빠져들어간다. 우리도 차츰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러다 일찍 잠이 깬 날 라디오를 틀어 농어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를 듣게 되었다. 귀농귀촌한 사람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정보를 매일 알려주었다. 토종씨앗도 나눔 받았고 노년의 건강에 대한 정보, 텃밭가이드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연을 보내기도 하며 그 프로에 빠져들고 있다. 수원 씨앗도서관에서 토종씨앗을 받아서 키워 보았다. 처음으로 모종을 만들어보았는데 애기 다루듯해야 하는 걸 알게되었다. 작은 포트에 씨앗을 심는 것도, 비닐하우스를 작게 만드는 것도, 그 위에 거적을 덮어서 추위를 막아주어야 하는 것까지.

특히 상추와 고추, 무 모종이 잘 자라서 텃밭을 보는 느낌이 달라졌다.

시골살이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만큼 호기심이 많아지고 의욕이 생겨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