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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나의 인생

푸른*들 2021. 2. 23. 21:32

시골에 사니 무작정 외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전철을 타든 아니든 읍내에 나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여섯가지의 할 거리를 미리 의논하고 나섰다. 집에서 하는 일도 여럿 있지만 집을 떠나서 한 일들이 오늘 하루의 일과인 것 같다..

 

제일 먼저 마트에 들러서 캘리그래피에 필요한 붓펜을 한 개 샘플로 샀다. 모필이 아닌 것 같지만 우선 연습용으로 사본 것이다. 다음에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으로 더 사려고 한다. 마침 친구들 넷이서 같이 캘리그래피를 배워보자고 뜻을 같이 했으니 붓펜도 같이 사게 될 것이다. 붓펜을 보니 멋지게 글씨를 쓰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두 번째로 용문 가는 길에 있는 대형 공구점에 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곳이라서 그런지 물건도 잘 정리되어 있다. 남편이 사려는 것은 3 미터 되는 톱이다. 손잡이가 긴 톱을 사려는 이유는 집 앞의 느티나무 가지를 자르려는 것이다. 썩은 가지가 바람에 잘려 우리 집 주차장 지붕에 떨어지면 지붕이 망가질 것 같아서다.

점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서 마침내 톱 하나를 골라서 샀다. 실수 없이 가지를 잘 자르길 바란다.

간 김에 그라인더도 나중에 살 예정이라며 상표마다 장단점을 물어보곤 살 것을 정해놓고 나왔다. 샛길로 빠져서 도로 밑으로 건너서 유턴을 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로 들어섰다.

 

세 번째로 잡다한 여러 가지를 파는 할인마트에 강아지 간식을 사러 갔다. 매장도 크고 값도 비싸지 않고 물건도 많아서 돌아보기만 해도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곳이다. 강아지 훈련용 작은 조각으로 된 간식과 양고기로 만든 기다란 막대 간식을 골랐다.

 

네 번 째는 식품매장 마트에서 콩나물 두부 청국장 무를 사서 나왔다. 가장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다. 어제 시래기 된장국을 끓였으니 오늘은 오징어 새우젓 뭇국을 끓일 예정이다.

 

다섯 번 째는 주유소 세차장에 들렸다. 주유하면 세차권을 주는 곳인데 세차권 사용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써야 했다. 또한 이틀간 미세먼지가 심해서 자동차에 고운 먼지가 잔뜩 붙어있어서 세차를 하기로 한 것이다. 자동 세차를 하려고 줄 서 있는 자동차들이 일곱 대 정도 있었다. 기다렸다가 하고 나니 내가 샤워를 한 것 같이 시원하다.

 

이렇게 몇 가지 숙제를 하고 집에 도착해서는 또 할 일이 있었다. 바로 강아지 산책이다. 외출할 때 입었던 그대로 가슴 줄을 매고 강변 산책을 하고 왔다. 바람이 좀 세게 불어서 춥기는 해도 공기가 맑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루하루가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는 것이니 하루하루가 나의 인생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