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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날 땅콩 볶아 먹기, 나물 해먹기

푸른*들 2021. 2. 26. 11:27

정월 대보름날 풍습에 부럼먹기가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언제나 먹을 수 있고 영양도 과잉인 점이 있어서 상관없지만 풍습에 한 발이라도 걸치려 하게 된다.

 

얼마전 에어프라이기를 좀 큰 것으로 샀다. 전에 쓰던 것은 용량이 작아서 얼마 해먹지도 못하고 설거지하기도 불편한데 새 것은 기름받이가 스텐으로 되고 꺼내기도 좋다. 여러 가지 조리 버튼이 기기에 나열되어 있어서 간편하다. 부수적으로 팝콘을 튀길 수 있는 회전망을 같이 샀기에 한 번 써먹을 요량이었다.

땅콩 농사지은 것 프라이팬에 볶아먹고 한 봉지 남겨두었는데 이번에 잘 써먹게 되었다. 210도에서 15분이면 된다. 통돌이가 잘 돌아가고 있으니 그 기능만으로도 잘 산 것 같다. 15분후 꺼내서 먹어보니 타지도 않고 알맞게 잘 되었다. 팝콘 튀기는 버튼으로 했는데 말이다.

올해는 땅콩 농사를 조금 더 해봐야 겠다. 잘 볶아주는 기기가 있어서 편하다. 몇 해전 읍내게 나가 땅콩을 파는 곳에서 땅콩을 볶아달라고 맡겼는데 찾으러 갔더니 비닐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었다. 아직 식지 않았는지 땅콩은 비닐을 녹이고 바닥에 쏟아진 기억이 있다. 이제 볶아달라고 맡기러 나가지 않아도 된다.

 

대보름날엔 나물을 아홉 가지 한다고 하는데 나는 몇 가지 안 했다. 게으름이 드러난 것이다. 주는대로 먹는 남편 덕에 그냥 지나갈 것이다. 해먹은 것을 세어보니 네 가지다. 무 채를 썰어서 만든 무나물, 시레기 삶아서 만든 시레기나물, 고춧잎 말린 것 불려서 무친 고춧잎나물그리고 콩나물이다.

그동안 저장해놓은 나물 재료를 더 찾아봐야 겠다. 생각해보니 토란대 말린 것도 있다. 토란대 껍지를 벗겨서 두툼한 줄기를 서너등문으로 갈라서 한 뼘정도로 잘라서 햇볕에 말린 것이다. 아주까리 이파리 말린 것도 있다. 한 그루에서 손바닥만한 잎을 얻어내어 그냥 말리기도 하고 데쳐서 말리기도 한다. 나는 그냥 말린 것이 있다. 취나물 말린 것도 있는데 이제라도 해야겠다.

마트에서 나물거리를 사온다면 시금치를 해먹고 싶다. 시금치는 겨울을 나면서 자란 섬초를 사야 한다. 추운 겨울 내내 모든 걸 안으로 새긴 따스함이 맛에서 우러나온다. 달콤함이다. 설탕과는 다른 자연의 맛이다. 또 하나 해먹고싶은 것으로 나물은 아니지만 우엉채가 있다. 언제 먹어도 향기롭다.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처럼 우엉은 달콤짭자롬하면서 향기를 더해준다.

 

묵나물을 해 먹는 시기에는 큰 뜻이 있다고 한다. 저장해두었다가 먹는 비타민인 셈이다. 묵은 나물이 주는 특이한 맛은 봄이 되기전 입맛을 돋운다. 우리 삶에도 충전이 필요하다는데 충전을 위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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