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머리를 풀고 드니
풀숲도 내도 옷자락을 흔들며
발끝까지 굽이친다.
잠잠하던 들판도
온갖 빛깔로
결실의 꿈을 한데 모은다.
휘젓고 싶어도
휘저어지지 않는 너른 하늘이
가슴까지 와 닿는다.
아무 데나 부딪혀 깨질듯한 想念
궁굴려져 또아리 틀고
감추어도 드러나는 아집
산 그늘에 절였다가
들판에 쏟아지는 농부의 땀에 삭혔다가
하늘 한번 들이마시고 나면
내가 품은 구슬
나의 작은 우주는
숨소리도 죽이고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있는 그대로 맞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