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가 비 온 후라 많이 자랐다. 1차 따서 김치를 담가 먹었는데 또 한 번 땄다.
지난번에 큰 줄기 중에 안 딴 것들이 이번에 많이 자라서 좀 질긴 것도 있지만 대체로 괜찮다.
고구마줄기는 한 개씩 따지 않고 긴 줄기채 따서 그늘에서 한 개씩 따는 게 좋은데 이번에는 줄기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한 개씩 굵은 것 위주로 땄다.
다 따고 나니 또 두 바구니가 되었다.
한 바구니는 큰 형님댁에 보내기로 하였다. 이파리만 자르고 신문지에 싸서 과일박스에 담았다.
보내는 김에 여러 가지를 조금씩 쌌다.
고추를 종류별로 신문지에 싸고 부추도 베어서 싸고 아욱, 토마토, 오이도 넣었다.
풋고추, 오이고추, 청양고추, 빨간 고추.
시골에서는 신문지가 이럴 때 잘 쓴다. 이웃집에서도 신문지가 필요하다며 얻어갔으니 말이다.
채소를 보낼 때 택배는 오후 4시경에 맡기면 좋다. 더운 시간을 피해서 보내려는 이유다.
과일 박스가 튼튼해서 거기에 담았고 가득 담아서 스카치테이프를 사방으로 둘러서 쌌더니
택배비가 6000원 나왔다.
늘 제사지내느라 애쓰시는 형님댁에 보내는 거라 기분이 좋다. 보낼 때마다 잘 받았다 잘 먹겠다 답장도 준다.
또 한 바구니는 껍질을 벗겨서 김치도 담그고 나물도 해서 먹었다. 껍질 벗기는 게 잘 안 되는 것은 소금에 절였을 경우나 삶은 후에 반으로 잘라내며 또 벗기면 잘 벗겨진다.
이번 김치는 좀 싱겁게 했다. 빨리 많이 먹어야겠다. 양파도 많이 넣어서 담갔다.
고구마 줄기 나물은 삶아서 물기를 꼭 짜서 기름에 볶다가 소금,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볶아서 부드럽게 되도록 한다.
만약 덜 삶아졌으면 물을 좀 넣고 더 익힌 후 청양고추 두어 개를 넣는다.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빨간 고추도 한 개 정도 넣고 마른 새우도 넣어서 같이 볶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입맛을 돋우는 것은 들깨가루를 넣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서 빻은 것으로 한다.
고구마 줄기 벗기기는 지원군이 필요하다. 남편이 같이 벗겨주면서 '이젠 고구마줄기는 끝이다'라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 고구마줄기 김치가 되는 셈이다. 나물이야 조금씩 해 먹으니까 내가 따서 하면 된다.
이웃집에서 꽈리고추 멸치조림과 콩자반을 작은 반찬통에 넣어서 주셨다. 국물멸치를 머리와 똥을 빼고 반으로 갈라서 고추 조림에 넣으셨다. 나는 조림 멸치를 볶아서 쓰는데 말이다.
꿀을 조금 넣어서 감칠맛을 더해서인지 맛있다.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국물멸치를 쓰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밭을 푸르게 수놓고 있는 고구마이파리를 보고 있노라면 든든하다. 가을이 되면 땅 속에 달콤한 고구마를 많이 숨겨놓고 있을 테니 말이다. 고구마가 잘 크라고 이파리를 따주는 것이니 참고 기다려라.
줄지어서 다소곳이 잘 자라고 있는 이파리가 밭을 아름답게 채워준다. 시골 텃밭에 고구마를 안 심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고구마는 인기다. 한 번 심어놓으면 별 신경을 안 써도 된다. 거름도 안 주니 얼마나 효자인가.
그런 아들 딸이 있으면 더 행복할 것이다. 우리 아들은 효자인가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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