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밭에는 거름을 안 준다. 그리고 밭의 위치를 옮기다보니 올해는 밭 가운데에 고구마를 심게 되었다.
가물어서 물을 스프링쿨러로 뿌려주다보니 고구마밭에도 물을 주게 되어 줄기가 많이 자랐다.
이웃 사람들이 모두 놀러와서 고구마밭을 보며 줄기를 따야 한다며 거들었다.
비상이다.
원줄기에서 두 줄기만 남기고 모두 자르라며 시범을 보여 주셨다.
그래서 어제 고구마줄기를 잘랐다.
잘라놓은 줄기들이 산더미다.
마침 양평에 사는 친구가 있어 가져갈 수 있으면 하면서 카톡했더니 올 수 있단다.
친구가 쉽게 가져가도록 같이 줄기를 따고 잎을 잘라 넣어주었다.
지금부터 나의 인생은 덤이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부터다.
친구에게도 덤으로 호박, 고추, 꽈리고추, 양파를 주었다. 모두 조금씩.
너무 많이 주면 힘들단다.
나도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욕심내서 많이 땄더니 처리하는데 피곤하다.
친구가 간 후에 고구마줄기 김치를 담갔다.
껍질을 벗긴 줄기가 두 바구니쯤 되는 것이다. 엄청 많은 양이다. 소금에 절여서 건져놓으니 얼마 안 된다.
양파 1개와 빨간고추10개는 갈아서 놓고
밀가루풀을 쑤어서 식혀놓고
고추가루 3컵 매실엑기스 1컵 마늘다진 것 반컵 멸치액젓 2컵 새우젓 반컵.
모든 재료를 섞어서 고추가루가 풀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고구마줄기를 양념에 버무린후 쪽파 한 단 5센티로 썰고, 양파 2개를 채썰어 같이 버무린다.
먹어보고 간을 맞춘다.
나는 절일 때 좀 간간하게 된 것 같아 양파를 더 썰어 넣을 예정이다.
반나절 후에 생수를 반 컵 부어서 김치국물이 있도록 해본 적도 있는데 양념이 씻기는 점은 있으나 익고나면 시원한 맛이 난다.
이웃에 작은 통으로 한 통 갖다드리고 뽑아놓은 당근도 한 개 같이 갖다드렸다.
저녁에는 강낭콩이 여물어서 땄다. 감자밭 가장자리에 심었는데 너무 감자 가까이 심어서 감자는 덜 되고 강낭콩은 잘 열린 것 같다. 내년에는 띄엄띄엄 심어서 감자도 잘 되게 해서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키워야겠다.
까만 강낭콩이다.
생전 처음 보는 강낭콩이다. 이웃에서 준 것인데 해마다 심어서 맛있게 먹고 있다.
아직 딸 게 많은데 오늘은 조금만 따서 먹어볼 참이다.
텃밭에서 지켜야할 규칙은 코로나19에서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과 같다.
서로 가까이 하면 힘들어지는게 채소들의 사는 방식이다.
윈윈전략의 한 가지다.
서울사는 친구들과도 카톡으로 안부만 물을 뿐 만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자연속에 숨어있는 규칙을 이제사 실천하고 사는 셈이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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