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는 날, 오전에 부지런히 텃밭에 나갔다.
가뭄에 고구마모종이 여러 개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들은 어느새 밭을 가득 메웠다.
‘있는 거라도 잘 키워야지.’
두 이랑에 심은 것인데 고구마는 천연덕스럽게 잘 자란다. 고구마 줄기들을 잘라내어 한 곳에 모아보니 산더미다. 본줄기는 자르지 않고 곁가지로 난 것들 중에 세 개 정도 남기고 잘랐기에 무척 많다.
고추도 작년보다 훨씬 잘 안 자란다. 병들어 버린 고추잎을 보면 남편은 속이 상하는가 보다.
이웃에서 고추밭에 풀을 왜 안 뽑느냐니까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 말에 이웃 고수님께서 와서 봐주시고는
“아래 잎이 말렸지만 새 잎을 보면 말리지 않으니 풀 뽑고 고랑에 골을 내서 복합비료 뿌리고 흙으로 덮어요. 포기는 무슨 포기.”
남편은 결국 텃밭의 풀을 모두 뽑고 복합비료까지 뿌렸다.
오후에 내리는 비는 잔디를 무척 아프게 했다. 흥건하게 괸 곳이 있을 정도다. 미처 하수도로 내려가지 못한 물줄기다.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줄기도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데크 옆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잘라온 고구마줄기를 정리하려고 나갔다. 잎줄기를 따서 모으니 세바구니다. 그것을 다시 하나씩 껍질을 벗겨서 담아나갔다.
음악감상도 하면서 일을 할까해서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 음악을 틀었다. 비가 잠잠할 때 기분좋게 음악을 들었다. 지루한 일을 해나갈 땐 음악이 최고다. 장마비처럼 비가 세차게 내리니 음악이 안 들린다. 결국 음악을 끄고 할 수 밖에. 빗소리에 음악이 묻혀버렸다.
빗소리는 자연의 음악이다. 몇 시간동안 빗소리를 들으면서 껍질을 벗겼다.
‘오늘은 빗소리를 아주 야무지게 잘 들었네.’
일을 잘 못하는 두 사람이 앉아서 고구마줄기를 벗기는 모습은 어떨지 모르겠다.
고구마줄기는 한 묶음은 데쳐서 나물거리를 하고 두 묶음은 소금에 절여서 살짝 씻은 후 김치양념을 해서 버무렸다. 빨간 고추 갈아놓은 것과 고춧가루를 넣어서, 양파는 반은 갈아서 넣고 반은 얇게 썰어서 같이 버무린다. 마늘, 부추도 넣고 액젓, 새우젓, 매실액기스도 한 스푼씩 넣었다. 밀가루풀도 쑤어서 하고 생수도 한 컵 같이 넣어 갈았다.
김치는 간이 잘 맞아야 하는데 나같은 초보는 맛있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서 절이는데 관심을 많이 가졌다. 뒤집어서 뒤적거려 굵은 줄기가 잘 휘어지고 먹어봐서 짭잘해지면 살짝 빨리 씻어 건진다. 절여진 정도에 따라 양념의 간을 정한다.
맛있어야 할텐데...
오늘 먹어보니 그런대로 실패는 안 한 것 같다.
이웃집에 조금 나눠주고 함께 커피를 같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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