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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살 수 있다면

푸른*들 2022. 8. 14. 21:47

비가 많이 온다. 비올 것 같지 않던 하늘에서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퍼붓는다.

예상할 수 없다.

며칠 전에도 티비가 안 나와서 서비스를 받았다. 알고 보니 번개와 천둥이 칠 때 단자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어쩐지 번개가 번쩍하고 나서 티비가 꺼졌으니 말이다.

 

봄에 비가 너무 안 와서 물관리를 잘 못한 고추가 병들고 잘 못 자랐다. 이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병에 걸려 익지도 못하고 떨어진다. 요즘 툭툭 떨어지는 것들 모아서 태울 곳으로 보내고 익은 것들은 모아서 건조하기에 바쁘다.

 

비가 와서 좋은 것들은 풀과 나무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자라는 풀들을 이길 재간이 없다. 한 구석씩 달래고 어르고 뽑는 중이다.

영산홍도 새 가지를 뻗어나가며 잘 자란다. 미스킴라일락도 풍성하게 가지를 뻗고 자라서 옆에 있는 남천과 키를 맞추고 있다.

미스킴라일락의 가지 수를 줄여서 남천과의 사이를 좀 별려야 할 것 같다. 그런 생각에 전지가위와 톱을 들고 밑둥을 들여다보며 가지를 잘랐다. 자르고 나니 통풍이 잘 된다. 한편으론 풍성한 꽃을 못 보게 된 것이 아쉽다. 잘라놓은 가지들이 수북하다. 몇 개 자른 것 같지 않은데 가지가 길어서 그런 가 보다.

아로니아 가지를 작년에 통풍이 잘 되게 십여개의 가지만 남기고 쳐내서 그런가 아로니아 열매가 굵다. 따고 있는 중인데 아직 다 못 땄다. 더울 때 피하고 비올 때 피하고 하면서 게으름을 부려서 그렇다.

 

예상하면서 살지만 예상대로 맞을 수가 없는 게 생활이며 삶이다. 좋은 쪽으로 예상이 잘 들어맞으면 기쁘다.

올 한 해 일년 텃밭이 최악의 결과만 피해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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