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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내어 살아보자

푸른*들 2022. 2. 25. 09:21

지난 봄에 아마릴리스 알뿌리를 사서 꽃밭에 심었다.

처음 만나는 알뿌리라 어떻게 자랄지 궁금했다.

날렵하고 매끄러운 잎을 사이에 두고 솟아오른 봉오리

빨간 꽃이 네 송이나 피어서 마당 한 귀퉁이를 빛나게 해주었다.

아직 초보라 씨앗 받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고 말았다.

겨울이 되면 얼게 될거라서 화분에 심어서 유리창이 있는 데크에 놓아두었다.

유달리 올 겨울은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다.

깜박 잊고 놔둔 화분이 생각나서 들여다보니 잎이 얼어서 녹아내리듯 볼품이 없어졌다.

그 옆에 친구하라고 놔둔 군자란도 마찬가지였다.

부랴부랴 실내로 들이고 얼어버린 잎들은 떼어냈었다.

 

한달가량 지나 아마릴리스 잎이 한 잎 두잎 올라오고 그 옆에 작고 도톰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이파리는 아니니 꽃대였다.

꽃대는 내 기분을 점점 흥분시켰다. 자기 잎의 키만큼 솟아오르는 탑이 되었다.

다시 기운을 내서 살아낸 꽃이 고맙다.

친구의 친구중에 암투병중으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도 몇 차례 받던 분이 코로나에도 걸렸다는 친구가 있다. 내 아마릴리스의 회생하는 모습을 보고 그 친구가 생각나는지 내게 기도를 부탁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꽃이 다시 기운내서 아픔을 이겨내듯 이겨내고 치유되길 비는 마음이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밀라논나 장명숙씨가 쓴 책의 제목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을 꿈을 꾸며 살아보고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군자란은 올해 꽃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파리가 적어서 꽃 피울 힘을 갖지 못한다. 적어도 이파리가 여덟장 이상이어야 한다고 들은 바가 있다.

동상에 걸릴지언정 얼어죽지는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년에는 꼭 풍성한 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기니 더 없이 행복하다.

밀리논나는 버려진 식물들을 데려와서 삼십 여년째 키우고 있다는데 내게도 그런 정성이 필요할 것 같다

식물이 기운내듯 나도 기운을 내야한다는 이치다. 자연의 이치가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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