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심어논 대파 몇 뿌리를 씨를 받을까 해서 그냥 밭에 두었다.
씨가 맺히고 굵어서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게으름도 있고 날씨도 변덕스러워서 방치해두었다. 올해 날씨가 가물었다가 장마가 들었다가 좀 괜찮나싶더니 또 장마다.
지난 장마로 촉촉해진 땅에 대파 옆에서 새순을 쏟아내었다.
새순이 자라 연한 대파가 되었다.
장마가 또 온다해서 대파무리를 뽑았다. 가는 것들은 양념으로 쓰려고 썰어서 비닐팩에 넣어 냉동실에 넣었다. 남은 것들을 어찌하나 하다가 몇 뿌리는 굵게 썰어서 냉동실에 들여보냈다.
그리그리 하다가 하루가 지나 오늘은 나머지 대파를 정리해야 했다.
대파김치가 맛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손쉽게 담글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치양념이니 평상시에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마늘을 안 써도 되고 밀가루나 찹쌀풀을 안 쑨다. 나머지는 취향대로 하면 된다.
나는 까나리액젓 3 고춧가루 3 설탕 2 통깨 반 술 비율로 했다.
대파가 양이 얼마나 될지 잘 모르지만 양념은 두 배로 하고 양파 한 개를 썰어서 같이 머무렸다. 맛이 있으면 다행이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어제 저녁에 머위대를 잘랐다. 너무 땅이 습하여 굵은 이파리를 보고 잘랐다. 봄에는 이파리를 데쳐서 쌈을 싸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연하지 않아서 안 먹는데..
잘라논 대는 겁질을 벗겨서 반으로 잘라 데친다. 데친다기보다는 삶는 기분으로 대가 익을 때까지 끓기 시작해서 10분내외로 정도 한다. 굵은 대가 익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를 반으로 구부려보면 익었는지 알 수 있다. 구부러지면 익은 것이다.
5센치 길이로 자른 대를 기름 반 스푼 넣고 볶는다. 볶은 후에 마늘과 소금을 넣어 볶다가 물을 조금 넣어 볶는다. 불을 끈 후에 들깨가루를 넣는다.
볶을 때 두절새우를 넣거나 황태가루를 넣으면 맛이 좋다. 맨 마지막에 청양고추 빨간것과 푸른 것을 한 개씩 썰어넣으면 매콤한 맛이 난다.
소금으로 간을 할 때가 중요하다. 늘 간이 잘 맞아야 하는데 뒤죽박죽이다.
생전 처음 해보는 대파 김치다. 텃밭에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머위도 해먹고 싶을 때 해먹게 된다. 사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 사게되지 않거니와 싱싱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이젠 원할 때 해먹을 수가 있으니 이게 전원생활의 묘미이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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