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오니 마당에 있는 나무들에게 눈길이 간다.
‘모두들 추운 겨울을 잘 견디어냈구나. 대견하다.’
이런 단순한 생각이 먼저 든다. 손주보듯이 나무를 보게 된다.
‘어디 아프지는 않을까? 있는 곳이 편안한 곳인가?’
나무들의 자리를 살펴본다.
몇 그루의 자리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포도나무다. 두 그루가 있다.
예전에 창고였던 자리에 손주 방을 들였는데 창가에서 보이는 곳에 포도나무가 있다. 포도나무 밑이 아무래도 지저분하고 답답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그 자리에 모란을 심어 주고 싶다.
옮길 생각은 했는데 어디에 심어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 다른 나무와 달리 포도나무는 자라기 시작하면 무척 넓게 퍼진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심어야 한다. 주차장쪽 펜스 울타리 옆으로 옮기기로 잠정 합의했다. 실행에 옮기면서 다시 볼 거다.
포도나무 심기로 한 곳에 한 그루 따로 심었던 영산홍은 다시 울타리로 돌려 보내야 한다.
옮겨야 할 나무로 대추나무가 있다. 그 자리에 화덕을 만들어 놓고 싶어하는 남편의 요구가 있다. 대추나무는 보통 마당 가운데에는 심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집에 마당 가운데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울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은 가운데 축이다.
“대추나무는 어디로 옮기면 좋을까요?”
“현관 옆에 정원 쪽으로 옮기면 좋겠는데요.”
남편 친구가 추천해주었다. 대추나무의 이사 행선지는 현관 옆의 작은 정원 구석으로 정했다.
그러다보니 대추나무를 옮겨 심으려는 자리에 있는 남천 두 그루를 다른 자리로 옮겨야 한다. 도미노게임처럼 말이다.
올 봄에 나무들 몇 그루가 몸살을 또 앓을 것이다.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면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하다.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한다. 회복탄력성이 있다면 다시 잘 살아낼 것이다. 사람처럼. 회복탄력성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나무뿌리의 특성과 땅의 성질을 알아 잘 심고 필요할 때 물도 잘 주어야 한다. 아이들도 그냥 잘 자라는게 아닌 것처럼 노력이라는 밑거름이 있어야 한다.
올 여름에는 달라진 정원을 볼 기대에 부푼다. 그보다 팔 근육운동 할 생각에 땀이 솟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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