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알리아, 너를 다시 본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엔 잠시 숨을 돌리는 모양인지 내리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풀을 뽑으러 나갔다.

잔디 사이사이에 쑥쑥 올라온 풀들을 뽑았다. 명자나무 한 그루가 쪽문을 막고 있어서 가지를 쳤다. 가시가 있어 잘라낸 가지를 거둘 때 조심해야 한다.

이번엔 꽃밭으로 갔다. 풀들의 대잔치다. 바랭이풀이 내 손에 질질 끌려 나온다. 뽑은 풀들이 모이니 소복하다. 그동안 흙을 잘 붙잡고 있어줘서 다른 꽃들이 장마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키다리 다알리아가 좀 기우뚱해서 똑바로 세워지나 생각하면서 기우러진 꽃대를 바로 잡아보았다. 그러는 순간 굵은 꽃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굵기만 했지 속은 텅 빈 강정같다.

‘아까운 것을, 미안하다.’

꽃을 피우려고 봉오리를 맺은 모습에 안타까웠다. 다른 곳에 두 그루가 더 있으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부러진 꽃대에서 꽃봉오리가 있는 줄기를 잘라서 물통에 꽃았다. 발수제를 담았던 통인데 빈통을 버리지 않고 비올 때는 빗물을 받는다. 간단한 걸레도 빨고 진흙이 잔뜩 묻은 장화의 겉을 닦기도 하는데 최고다. 비가 몇일 씩 안 올 때는 꽃들에게 주는 젖줄이 되기도 한다.

다알리아를 다 꽂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미안했던 마음이 가시었다.

‘다알리아, 너를 다시 본다.’

처음으로 다알리아를 키워보는 초보 전원생활을 하는 내게는 작은 충격이었다.

강한 듯 커다란 꽃을 피우며 자랑하는데 실상은 여리디여린 꽃이란 것을 알았다.

커다란 꽃송이가 무거워 늘 고개숙이고 태양바라기로 사는 꽃이다.

나도 어떤 때는 감정의 흔들림 없는 강한 성격이지만 내면에는 소심하고 깊이 생각하느라 잠을 설치기도 하는 약한 면이 숨어있다.

성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살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님을 다알리아를 보면서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