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마로 집안은 눅눅하고 산책도 못해서 사람만 힘든 게 아니고 고추도 힘들어 한다. 빨갛게 익어간 고추가 터지고 벌레가 구멍을 뚫어 침투하기 시작하여 누렇게 힘없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 건조기라도 큰 것 있다면 따서 말리면 좋으련만 늘 말리던 이웃집에서 고추 딸 생각을 안 하니 어쩌란 말인가. 할 수 없이 과일 말려 먹는 작은 식품건조기에도 말렸었다. 이웃집에 가서 의논을 한 후 고추를 넣기로 한 날이 58시간 전이다. 고추가 다 말랐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다른 분이 또 건조기를 쓸 모양이었다. 빈 자리가 남으니 더 말리라는 말에 부지런히 밭에 가서 고추를 땄다. 윗집에서도 오셔서 같이 따주었다. 남의 눈칫밥을 먹으려면 발이 손이 빨라야 한다. 윗집도 같이 말렸는데 아침에 이미 고추를 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