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해당화 피고 지고

푸른*들 2020. 5. 8. 22:55

공기가 맑고 흙을 밟을 수 있는 텃밭이 있어서 욕심을 버리고 온 전원생활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욕심이 있다.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만큼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것일게다.

그 대상의 한 가지가 생울타리가 되는 나무들이다.

처음에 울타리나무로 연산홍을 심었다. 삼십 센티 간격으로 지그재그로 심었다. 거름 없는 황토에 심어서인지 띄엄띄엄 죽는 것도 있었다. 연산홍 앞 줄에 나무시장에서 골라온 과일나무도 몇 그루 심고 미스킴 라일락, 반송, 가시오갈피도 사왔다. 꽃이 피어서야 가시오갈피대신 해당화를 나무시장에서 준 것을 알았다.

 

잘못 가져온 나무지만 꽃이 피니 장미처럼 피고지고를 계속 해서 예뻤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노래가 생각나게 했다. 그런데 땅 밑으로 줄기가 뻗어 나가면서 쉽게 번져나갔다. 풀을 뽑다 잘못 건딜면 손에 잔 가시가 박혀도 잘 보이지 않아서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2년이 지나니 해당화는 자기 몸집의 열배 이상 커나갔다. 잘 자라는 것은 좋은데 새로 사다 심은 남천이 잘 자라지 못하게 줄기와 잎으로 밀어내서 남천은 옆으로 휘어질 판이 되었다.

자기 생각만 하고 자기 주장만 강한 사람과 함께 이야기나누고 있자면 피곤한 것처럼 해당화의 얼굴은 얌전한 아이처럼 보이는데 번져나가는 모습은 식욕이 왕성하여 맛있는 것 혼자 먹어치우는 사람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해당화가 그 주변의 모든 나무를 못 살게 할 것 같아 어찌할까 고민이 된다.

 

세세한 지식이 없이 행동하면서 얻은 오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항로를 바꾸어야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언제 우리가 미리 살아보고 살던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방향을 정하고 하루하루를 꾸미는 것이 아니던가. 해당화를 보며 내 삶의 방식에 대해 되새김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기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도 말이다.

 

누구나 장단점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점에 집중하지 말고 장점을 보고 배우라고 한다.

물 호스가 닿지 않아 무거운 조리를 들고 가서 물도 주고 가끔 거름도 주며 키웠던 나무가 죽었다. 말 못하는 식물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 나의 잘못이다. 나무에 대해 내가 깊이있게 알고자 하지 않고 심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