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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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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일년 할 일을 하루에

푸른*들 2020. 4. 21. 21:57

꽃밭으로 가면서 풀을 한 포기 뽑느라 삽질을 해보니 촉촉하고 부드럽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은 비로소 숨을 쉬고 있나보다.


<2주일 전 만든 주차장 옆 꽃밭, 황금낮달맞이 심음>

아침 일찍 밥먹기 전에 나가보니 할 일들이 눈에 보인다. 새로 만든 주차장 옆 꽃밭은 땅이 좋지 않아 고랑도 단단해서 손질하기가 어려웠다.

오늘이 꼭 맞춤 날이네.’

나는 긴삽을 들고 나가서 단단했던 고랑을 긁어서 풀도 뽑고 물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판판하게 만들었다. 하다보니 왠 고랑이 많은지. 또 풀은 그렇게 많은지. 한참을 긁어대며 고르고 돌은 모아서 경계에 놓고.

일을 하고 먹는 아침밥은 맛있다.

 

<꽃양귀비, 서양제비꽃, 꽃잔디 심은 주차장 옆 꽃밭>

점심 먹고 강아지 산책을 하고 나서 석축에 남아있는 메리골드 뿌리들을 뽑아내었다. 그것들은 모아서 꽃밭 한 곳에 흩어놓았다. 메리골드들을 키울 곳이어서 그렇다. 아마도 뿌리들과 함께 메리골드 씨앗들이 따라왔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석축 밑까지 정리를 하니 속이 시원하다.

 

잔디밭에 잡초가 많다. 비가 와서 많은 놈들이 솟아났다. 작정하고 방석의자를 놓고 않아서 뽑아댔다. 솟아오른 놈들이 사라지니 단정해진 모습이다. 또 올라오겠지. 더 크기전에 뽑는데 낫다. 잡초들이 잔디밑의 흙까지 움켜쥐고 있어서 잔디밭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상태가 된다. 내일은 모래를 가져다 뿌려야겠다.

손가락 관절이 편안하지 않은데 중독처럼 밖에 나가면 풀뽑고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내일은 좀 자제하면서 쉬어야겠다.

 

농협에 가서 옥수수씨앗을 사왔다. 남편은 울타리 둘레에 옥수수씨앗을 심었다. 좀 남겨서 이웃 할머니께 드리기로 해서 갖다드렸다.

이제까지 텃밭에는 마늘, 양파, 상추, 감자를 심었고 감자밭둑에 완두콩도 심었다.

앞으로 심어야 할 것은 소소한 것들이다. 고구마, 오이, 가지, 토마토, 쑥갓, 고추 정도이다.

양평 농협에서 모종시장이 4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도 언제쯤 모종을 심어야 할 지 잘 모른다. 읍내를 다니다보면 모종시장이 열린다는 광고를 보고 이제 심을 때가 되었음을 알고 심는다. 요즘 날씨가 좀 쌀쌀해서 5일전쯤 사다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이미 모종을 심은 경우 요즘처럼 밤에 추울 경우 패트병 밑을 잘라서 모종에 덮어주면 냉해를 피할 수 있다. 개인용 비닐 하우스인 셈이다.

남편은 그것들을 심을 이랑을 오늘 쇠스랑으로 땀흘려 파고 비료도 뿌렸다. 밭에서 나온 돌들은 내가 옮겨주었다. 시골생활은 혼자서는 어렵다.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해도 같이 밖에 나와 있기만 해도 의지가 된다.

 

일이 끝날 즈음 이웃집에서 커피 마시러 오라고 해서 작업복을 벗고 올라갔다.

뭔 일을 그렇게 많이 하셔요? 일년 할 일을 오늘 다 하는 것 같아.”

땅이 부드러울 때 고랑을 고르느라구요. 처음 꽃밭을 만드는 주차장옆은 손볼일이 많네요.”

우리는 전원생활 비디오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들었던 게 이웃과 같이 웃고 떠들다보니 싹 날아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