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아래서 시를 읽고 텃밭을 가꿔요

전원에서 살아남기

느티나무하우스 이야기

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혼자 기다리는 점심시간

푸른*들 2020. 4. 14. 20:53

귀촌이기는 하지만 작은 텃밭도 농사는 농사라고 온갖 지식과 귀동냥이 필요하다.

초보 농사꾼인 우리는 풀뽑는 것부터 시작해서 열매가 잘 열리는지, 벌레가 생겼는지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농사꾼들은 일기예보에 민감하다. 하늘이 도와서 일기예보가 흐림으로 나온 날에는 텃밭이며 꽃밭이 일터의 역할을 단단히 하는 날이다. 이웃사람들도 텃밭에 나와서 부지런히 채소들을 돌본다.

프로 농사꾼 이웃집이 할 일을 끝내고 집앞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남편은 텃밭에서 아직도 무언가 하면서 초보티를 낸다. 그러다 궁금한 게 있으면 프로 농사꾼 원주민 아저씨한테 한 마디 한다.

이 고추 병든 것 같은데.”

그러면 아저씨가 쪼르르 우리 밭으로 와서 살펴보고

영양분이 부족해서 그래요.”

자기 집에 남아 있는 비료를 갖다준다.

이거 어떻게 뿌리지?”

이 한 마디에 이웃 아저씨는 호미를 가져다 까만 비닐에 푹 찍어 구멍을 내고는 한 스푼씩 넣으며 시범을 보인다. 그러다가는 마저 다해준다.

나는 속으로 픽 웃는다.

오죽 답답하면 해줄까.’

 

꽃밭 관리를 끝내고 나는 집으로 들어와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탁에 찬을 차려 놓고 기다린다. 1시가 다 되도록 들어오지 않는 남편. 나는 화가 나서 남편과 말다툼을 했다.

벌써 다 하고도 남았을 텐데 늦게 들어오면 어떻해요? 같이 점심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

끝났다고 그냥 바로 헤어지나? 탁자에 앉아 이야기도 좀 하고 담배도 한 대 피고 그러면 시간이 걸리지.”

그럴 때 점심을 먼저 먹으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아니고 자주 그러다보니 좀 기분이 상했다.

남편을 텃밭에 빼앗긴 것 같은 심정 아니면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섭섭함에서 나온 것일지 모르지만.

텃밭에 관한 한 내가 모종 심고 풀 뽑는 것 외에는 관여를 안 하고 있으니 이웃집 아저씨도 내게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지만 남편에게는 친숙한 가르침이 있다.

술도 좋아하는 편이라 특별한 음식 옻닭 백숙을 했다면 할머니가 초대한 적도 있다. 점심 먹을 준비를 다 해 놓은 판에 전화가 와서 남편은 이웃집으로 갔다. 또 나 혼자 점심을 먹게 되었으니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귀한 걸 같이 먹자며 부르니 얼마나 고마운가? 남편은 소주를 들고 갔다. 술을 끊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가 있음에도.

 

양평에는 몇 군데 국립휴양림이 있다. 중미산, 유명산, 산음 휴양림.

어느 날 산음 휴양림에 답사차 간 적이 있다. 큰 도로에서 휴양림까지 20분정도 들어가는 곳이어서 도로가 좁은 편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산책하기에도 조용하여 좋았다. 가는 길에 안내판이 있어 살펴보니 스트레스 검사를 해준다 것이었다. 처음 듣는 검사였다. 궁금하기도 하여 신청을 하고 앉으라는 곳에 앉았다.

컴퓨터로 이런 것도 하는구나하면서 두근거리는 맘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결과는 기다랗고 조그만 종이에 프린트가 되어서 나왔다. 스트레스지수는 별 이상이 없는데 남편은 심장이상박동에서 이상이 있다고 나왔다.

우연히 알게 되어 큰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부정맥 증세가 약하게 있음을 알게 되었고 처방약을 먹는다. 담당 의사가 술과 담배를 끊으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웃집에 간 남편은 옻닭을 먹고 옻나물도 가지고 들어왔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기는 건 지루하지 않은 삶이 된다. 내가 진작 그런 관점에서 생각했더라면 남편에게 화내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라고 선언을 했다. 그런데 아직도 거름을 줄까? 나무를 자를까?’ 등등을 내게 물어온다.

내가 뭘 알아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