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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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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양평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차한잔의 여유

푸른*들 2020. 4. 22. 11:16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때는 늦가을부터다. 겨울엔 더 소중한 햇살이다. 쌀쌀한 겨울에 상록수만 푸르게 자리를 지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직 정원이 정리가 덜 되어서 이사온 첫해엔 우리 집에 상록수가 없었다. 아랫집에 곧게 뻗은 십오년 이상된 전나무 여러 그루가 눈요기를 해주었다.

봄날을 기다리며 저들끼리 부등켜 안고 있는 누런 잔디를 보며 나도 봄날을 고대하면서 겨울을 보냈다. 겨울이 들으면 섭섭해 하겠지만.

아침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나면 물을 끓여 메리골드(금잔화) 꽃차를 마신다. 지난 여름에 석축 둘레에 몽실몽실 피어있는 메리골드 꽃을 따서 살짝 식초물에 씻어서 말린 후 두어 번 덖어놓은 것이다.

생화일때는 강한 향이 있어 차로 마실 수 있나?’ 했는데 덖어놓으니 향은 조금 사라지고 구수한 맛이 더해져서 마실수록 괜찮아졌다. 더구나 우러난 색깔은 꼭 국화꽃 우린 것과 같은 노란색이다. 따끈한 물을 부으면 작은 꽃잎에서 노란 꽃물이 내리니 나는 늘 놀라워 하며 마신다.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차를 마시고 싶어지니 일상사가 되었다.

 

이 꽃 모종 갖다 심을래요?”

어머나, 좋아요. 이 꽃 이름이 뭐에요?”

메리골드요.”

이사를 오고난 후 알게된 이웃집에서 메리골드꽃 모종을 주어서 갖다 심게 되었다.

비가 오고난 후 이웃집의 담장아래에 싱그럽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촉촉한 흙까지 푹 떠서 석축 아래에 부지런히 심었다. 뿌리에 공기가 들어가면 죽는다며 꼭꼭 다지라고 하였다.

첫해인데도 메리골드는 활짝 피어서 한여름 내내 산책하러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꽃이 지고 시들어버린 겨울에도 단단한 나무마냥 흙을 움켜쥐고 있다. 생명력에 놀랄 뿐이다. 더군다나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니 작은 싹들이 무리지어 올라온다. 뿌리지도 않고 스스로 꽃이 진후 떨어진 씨앗들이 겨울을 견디고 다시 새 생명을 얻는 것이다.

또한 뱀들도 겁낼 만큼 대단한 향기를 내뿜는다. 눈에 좋은 루테인을 만드는 원료라고 하니 메리골드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올해는 메리골드청을 만들려고 한다. 매실청처럼 설탕과 일대 일로 하면 된다.

 

양평평생학습관을 다닐 때 메리골드의 새로운 활용 방법도 알게 되었다. 메리골드나 과일을 이용한 식초음료(비니거) 만드는 법이었다.

금잔화와 허브를 씻어 식초물에 담아 씻은후 유리병에 담고 식초와 설탕을 녹인 물을 부어주면 2주후에 마실 수 있다. 금잔화는 50그램 이내로 하고 식초 설탕은 각각 250그램정도 준비하면 된다. 물을 네 배 정도 섞어서 마시면 향기로우면서 새콤달콤한 음료로 손색이 없다.

 

집 둘레에 메리골드가 풍성하게 늘어지며 피어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꽃차를 준비하고 비니거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도 하니 친구들도 새롭다며 놀라워한다.

겨울에 특히 더 어울리는 메리골드 꽃차~~~

차 한잔의 여유가 내게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