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마을은 어느 곳을 가나 정겹다. 나즈막한 산이나 강, 저수지를 끼고 오순도순 집들이 모여 있다. 오래 전 지은 파란색 지붕도, 전원생활이 인기를 끌면서 은퇴자들이 들어와서 집을 짓고 사는 현대식 집들도 한데 어우러져 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양평의 곳곳을 산책하며 둘러보고 싶어 찾아간 곳이 석불역 근처다. 걷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새로운 마을을 만나는 건 마음 속에 모닥불을 피우는 것처럼 따스하고 신이 난다.
세 살된 강아지 진돗개도 나랑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올라 타."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차에 올라탄다. 전에는 차멀미를 해서 차에다 토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괜찮다. 그래서 늘 데리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아직은 자동차에 타는 시간을 30분 정도로 하고 있다.
석불역은 새로 지은 간이역이다. 빨간 지붕과 녹색벽이 마치 전원주택같다. 하얀색으로 건물 벽에 커다랗게 써붙인 역이름만 아니면 기차역같지 않다. 오래전에 사용하던 석불역은 폐역이 되었고 새로이 지어서 무궁화호 열차로 청량리와 안동, 동해쪽으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이용객이 많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간이역이 될 것 같다.
양평역에서 자동차로 25분 정도 걸려서 석불역에 주차를 하고 역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읽어보았다. 대합실에서는 열차표를 팔지 않고 기차안에서 판다. 기차를 타러 들어가는 문도 도착시간 15분전에 열어놓는다.
간단히 석불역과 인사를 하고 석불역으로 오기전 지나쳐온 월산저수지로 갔다. 그 근처에서는 산책할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다.
월산저수지에는 낚시터가 있어 낚시꾼들이 봄을 낚고 있었다. 저수지 근처에 있는 미리내캠프장에서는 수련활동도 하고 승마체험도 할 수 있고 겨울에는 눈썰매도 탈 수 있다.
저수지옆 펜션을 지나서 저수지옆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올라가면서 보니 집집마다 봄단장이 한창이다. 작은 텃밭을 정리하고 화분 분갈이를 하는 분도 있다.
지나가다가 한적한 산길이 보여서 올라가니 산수유꽃이 노랗게 피었다. 왼쪽에는 택지를 개발하려는 흔적이 있고 오른쪽 산길 옆으로 낙엽이 수북한 언덕길이 보였다. 올라가 내려다보니 산소가 있었다. 아래로는 마늘을 심은 밭에 물을 주는 사람도 보였다. 길이 끊겨있어 낙엽을 밟으며 미끄러지다시피 하면서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산수유나무는 하늘까지 노랗게 물을 들이고 있었다.
짧은 길을 걸으면서 가을을 느끼기도 하고 봄을 느끼기도 하니 참으로 중요한 요소만 뽑아서 체험한 것이다.
인생을 돌아다보면 길고 가늘게 사는 삶도 있고 굵고 짧게 사는 삶도 있는데 오늘은 굵고 짧게 사는 삶의 한 단면을 느낀 것 같다.
오던 길을 되돌아 가려다가 마을길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도 봄맞이로 농사준비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아낙네들은 봄나물을 캐어 비닐 봉지에 담고 있었다.
따스한 날씨와 월산저수지의 반짝이는 물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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