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동네에 가봤다. 내가 다니던 혜화초등학교 길은 초입의 선만 남아있을 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놀았고 주유소 뒤편에 있는 집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마당에서 놀던 추억이 아련하다. 명륜동으로 올라가는 산길에는 아카시나무가 많이 자랐었는데 언덕만 남고 주택으로 빼곡하다.
성곽길을 넘어서 성북동 친척집에 갔던 일도 생각나지만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그 성곽길은 그대로 나의 추억을 더듬어주고 있었다.
시원한 나무들이 우거진 성곽길 그 아래의 산길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아쉬운 마음은 버려야할 것이다.
명륜동에 사는 친구를 따라 집에 놀러갔었는데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냥 혜화동과 명륜동이 하나로 뭉쳐진 펜던트처럼 내 목에 걸고 사는 것이다.
'나 어럴 때 혜화동 살았어.' 하는 펜던트다.
서울과학고옆으로 올라가서 성곽길을 돌아 국제고 옆으로 내려와서 혜화초등학교 앞으로 오면서 많은 식당과 카페를 보며 놀라움이 가슴을 흔들었다.
복잡한 길을 찾아서 한무숙길, 한무숙문학관 건물도 보고 장면박사 동상과 생가도 보며 문화와 정치의 일번지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동소문동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연극과 공연의 중심지가 될 건물들이 여러 채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맛집과 카페도 있고 서가는, 가톨릭서원도 있어 혜화동은 아름다운 문화의 동네로 남으리라 기대를 한다.
그 언덕길에서 까만 망토를 걸치고 찍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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