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경에 진돗개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화천에는 전에 가봐서 그런지 길이 익숙했다. 화천시장 앞 회전로터리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이 처음에는 평화로웠다. 갈수록 길은 경사도도 생기고 구불구불해서 멀미가 날 듯했다.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아직도 더 갈길이 먼가 보다, 여태 곡선길을 올라왔는데 또 내려가면서도 곡선길의 연속인가?’
아흔아홉재라는 푯말이 있는 곳을 지나면서 든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계속된 꼬부랑길로 강아지가 멀미를 하였다. 처음 어릴 때 10분간 타고 가는 길에도 멀미를 했던 놈이지만 작년부터는 아무리 멀리 가도 안하던 놈이다.
다행히 토한 것이 휴지로 쌀 만해서 대변봉투에 넣을 수 있었다.
비목공원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가지각색의 탱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탱크와 연결된 미끄럼틀, 탱크 화구에 꽂아놓은 나팔 등 전쟁의 흔적과는 먼 평화로운 모습이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서 비목공원에 이르렀다. 낡는 철모를 걸어논 비목과 비목 가곡 노래비가 있다. 다시 계단을 더 올라가니 비목탑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쟁중에 목숨을 바쳐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소망을 담아 후손에게 알리고자 세운 탑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노래를 생각하면서 또 다시 계단을 올랐다. 평화의 댐 물문화관이 있고 평화의 댐위로 난 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따. 규모가 커서 물조절댐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아주 짧은 스카이워크가 있으나 막아놓았다. 세계평화의 종이 둥근 지붕 아래 있다.
정말 여기저기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놔서 평화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또 다른 종공원이 있어 작은 종이 매달려 있으니 말이다.
비목과 철모가 있던 현장은 14키로나 가야한다는 나무모양의 표지가 있는데 그 아래에 아직은 갈 수 없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종공원에 들렀다. 공원주차장에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종공원에서 평화의 댐을 바라보면 좀 더 가깝게 보인다. 댐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투명한 창에는 산과 하늘과 강이 있는 풍경이 그려져있다. 마치 댐 반대쪽을 보는 듯하다.
주차장 옆에 국제평화아트파크라는 커다란 간판이 있어 가보니 바로 초입에 보았던 탱크들이 모여있는 공원이었다. 주차장에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다시 내려가서 돌아보고 올라왔다.
평화의 댐은 말도 많았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 살펴보니 존재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비목공원이 그 뜻을 더해주었다. 우리가 뜻을 합쳐서 지켜가야 할 우리나라 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곳이다.
양구에서 늦은 점심을 하였다. 양구재래식손두부식당인데 반찬도 잘 나오고 손두부전골이 짜지도 않고 고소하여 맛이 있었다. 백년가게라는 간판도 보이고 방송을 많이 탄 집이다.
101가지 철학 체험을 쓴 로제 폴 드르와도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바라보기'를 그 중의 한 가지로 제시했다. 평화의 댐을 목적지로 정하여 가면서 바라본 많은 풍경들이 떠오른다. 멀리 보이는 산과 계곡, 나무들, 육중하고 거친 댐. 그림처럼 바라보며 그 속에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을 함께 본다.
오늘의 평화가 그냥 온 것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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