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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평생이라는 말에 대하여

푸른*들 2021. 12. 8. 20:55

물맑고 공기 좋은 양평으로 이사온 후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바로 쉴 새가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나가 텃밭과 꽃밭을 살펴보고 강아지 밥과 물도 챙긴다. 잠시 살펴본 후 아침을 먹는다. 쌀쌀한 가을 날엔 따뜻하고 향긋한 메리골드 꽃차 한잔이 좋다. 꽃을 따서 말리고 살짝 덖어서 만든 꽃차다.

처음 양평에 발을 디딘 후 평생학습관을 다닐 때 배운 것이다. 메리골드나 과일을 이용한 식초음료(비니거) 만드는 법도 그때 배웠다.

 

가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요즘 뭐해?’소리를 꼭 듣는다. 당연 시골 사람처럼 마당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를 지껄여댄다.

고구마 잎줄기 따서 김치 담궜어.”

며칠 전에 들깨를 베서 말려서 들깨를 털었는데 조금 나왔네.”

배추 모종 심었는데 잘 자라야할텐데.”

귀촌한지 5년이 지났는데도 텃밭 농사는 어려워서 할 때마다 새롭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해.”

친정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무엇을 하든 평생 배우며 익히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전원생활을 하며 사는 것도 괜찮지만 어머니 말씀대로 올해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올 봄에 양평평생학습센터에서 강좌안내 문자를 받았다.

어떤 강좌를 할까?’

가슴에 와닿은 것이 길따라 어반스케치강좌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양평의 곳곳을 돌아보며 찍은 사진중 한 두장씩 그림으로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수채화기법의 기초도 배울 수 있고 간단히 그려보는 거라서 부담도 적다. 하반기에는 다른 강좌를 들으려고 했는데 그리던 손을 놓고 나면 더 이상 안할 것 같아서 또 신청을 했다.

매주 평생학습강좌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실력이 조금씩 늘어간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즐겁게 강좌에 동참한다. 강의가 끝난 후 강사님이 내주시는 과제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적도 많았다.

작품을 회원들에게 보여줄 때도 멋쩍다. 하다 보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줌으로 보면서 바로 그려서 보여주니 말이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실력이 늘 수가 없다. 낸 작품을 한 장 한 장 격려와 칭찬, 고쳐야 할 곳을 알려주시는 강사님 덕분에 내 실력도, 회원들의 실력도 점점 좋아진 것 같다.

욕심이 나서 하반기에는 유튜브 강좌를 하나 더 신청하였다. 강아지와 양평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 사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였다. 가족과 손주까지 나중에 나의 발걸음을 볼 수 있다.

처음 해보는 유튜브 강좌도 열심히 배워가며 하다보니 매끄럽지는 않아도 유튜브에 올릴 수 있다. 조회수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인기있는 유튜브는 게임이나 맛집, 유머, 패션, 연예인, 예능 등이다. 내가 가장 쉽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양평을 소개하는 입장에 서면 나름 의미가 있다.

젊은이들만의 공유물인줄 알았던 유튜브에 접근하게 된 것만 해도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때론 눈이 조금 피곤할 때가 있어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백세시대라고 하는 요즘에 긴장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양주 장욱진미술관

양평은 어딜 가나 경치가 아름답고 마을마다 특색이 있다. 동네 한 바퀴처럼 오래된 마을은 마을대로, 새로 전원주택이 들어온 마을은 마을대로 걸으면서 새로움을 느낀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생기는 감흥은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양평의 모든 것을 유튜브에 담아두고 간단한 그림도 그리고 싶다.

쉴 새가 없다는 말을 늙을 새가 없다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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