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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식품 한 눈에 알아보는 법

푸른*들 2021. 8. 3. 00:21

여름 텃밭에서는 채소들이 풍성하다.

많이 심지는 않았어도 하루가 지나면 커져서 따야할 것들이 꼭 나온다.

가지 호박 오이가 기둥줄에 매달려 그네를 탄다.

요리할 때 바로 쓸 것들로 몇 개씩 고추를 따서 넣어놓는다.

작년에 꽈리고추를 안 따고 두었다가 따서 멸치조림을 했더니 고추가 매워서 나는 먹을 수가 없었다. 올해는 적당히 크면 따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깻잎을 따서 만들어놓은 깻잎찜이 한 통 있다. 깻잎 200장을 따서 만든 것이다.

오늘은 고구마잎줄기를 따서 김치를 만들어 넣었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 넣어놓은 채소와 만든 반찬들로 자꾸 찬다. 반찬은 그래도 좀 기간이 연장되는 데 채소들은 적정기간이 지나면 상해서 못 먹는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까맣게 잊고 나중에 넣은 것을 해먹고 나는 바람에 먼저 넣은 것이 상한 적이 있다.

 

냉장고에 무엇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대강 알 수 있도록 목록표를 만들어서 문짝앞에 붙여 놓았다. 투명한 플라스틱 뒷면에 냉장고 칸만큼 선을 긋고 뒤집어서 식품을 써놓은 것이다. 냉장고가 오래되어서 버릴려던 것을 데크에 하나 놓고 부엌에는 냉장고를 새로 사서 놓아서 두 대다. 낡은 냉장고지만 시골살림이라 저온창고 역할을 잘 해준다. 점점 고장나서 문짝이 잘 안 열리거나 닫히는 점이 생겨 버릴 때가 되어가나 짐작을 한다. 정이 든 놈인데.

 

요리를 하려고 할 때 목록을 먼저 보고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사실 그동안 대책없이 마구 넣어놓고 냉장고를 사용했는데 목록을 적으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를 하게 되었다.

냉장고 문쪽에 있는 양념들은 적지 않았다. 문짝 안쪽은 대충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 가까이에 유성네임펜을 하나 두고 쓴다. 꺼내서 해먹은 것은 그냥 즐을 그어 지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매니큐어 지우는 리무버로 지울 생각이다.

사진은 며칠 전에 적어둔 거라 빠진 반찬들도 있다. 가지나물, 낙지, 수박. 새로 들어온 식구가 빠졌다. 어떤 것은 그 날  사서 그 날 해먹으니 적을 필요가 없는 것도 생긴다. 열심히 농사지은 채소가 상하지 않고 해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목록으 적어보게 된 것이다.

 

이제는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져가는 때여서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 남편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서로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좀 서글프긴 하다. 아이들 육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노년의 청춘이 된 것만해도 감사할 따름이니 서글픈 것 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