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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보리 타작하기 , 보리 낱알의 탄생

푸른*들 2021. 7. 1. 22:31

봄에 울타리 옆으로 보리를 뿌렸다.

봄날 내내 파랗게 싹이 트고 자라서 울타리에 자라고 있는 영산홍 키만큼 컸다. 초록빛 수벽이 되어 좋았다.

6월이 되니 점점 누렇게 변해갔다. 바람불 때 쓰러져서 묶어주었었는데 어느새 추수할 때가 되다니 놀랍다. 이웃집들도 윗부분만 잘라서 햇빛에 말리고 낱알을 거둬들였단다.

 

7월 초하루. 보리낱알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그동안 비를 맞기도 해서 어쩌나 했는데 다 말랐다.

자루에 넣고 발로 밟았다. 비틀 듯이 해야 잘 떨어진다.

바닥에 천막천을 깔고 자루에 넣어 밟은 것을 꺼내서 더 비틀어 밟았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낱알들과 까실한 수염들이 마저 떨어진다.

 

선풍기를 세게 틀어놓고 바람에 날려가며 멀리 날아간 까실한 것들은 쓸어버린다. 물론 그것들은 모아서 거름으로 쓰겠지만 말이다.

여러 번 선풍기에 날려서 쭉정이도 분리한다. 체바구니에 다시 담아서 흔들어 가며 위에 올라온 부실한 쭉정이줄기들을 집어서 따로 분리한다.

여러 번 하니 보리 낱알만 남았다.

 

내일은 깨끗이 씻어서 말려야겠다. 조금씩 나눠서 볶아서 보리차를 끓여 먹으면 보리농사는 마무리된다. 기계가 없어서 하는 수작업이다. 마당에 나무그늘이 있어 다행이다. 자연바람을 맞으며 하니 나름 재미가 있다. 엿기름가루도 만들어서 올해는 식혜를 맛있게 해먹야겠다.

 

보릿대는 참외 호박밭에 깔아주었다. 자라고 있는 호박밑에 깔아주면 호박이 깨끗하게 자랄 것 같아서다.

수작업으로 한 보리타작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낱알 한 알 한 알이 모여서 곡식이라는 보물로 탄생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