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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강하면 왕창리 강하중학교 주변 마을 산책. 들깨 베는 사람들

푸른*들 2020. 10. 9. 20:24

강하면 왕창리는 양평의 서쪽에 있다. 경기도 광주와의 경계를 이루는 곳인만큼 양평읍내에서 조금 먼 편이다.

며칠 전에 전수리를 지나 성덕리에서 산책했더랬는데 가던 길에 강하중학교 푯말이 보여서 오늘은 오른쪽 강하중학교 방향으로 갔다.

가는 길에 참좋은 생각 식당 간판이 보였다. 오래전부터 몇 번 가봤던 식당인데 그당시 찜질방도 있고 음식도 정갈해서 일박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다.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 서울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던 친구들이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었다.

아침 나절에 출발한 터라 점심을 먹을 일은 없어서 식당을 지나쳐서 가다가 빈터에 주차를 하고 가니 고갯길이 나온다. 다행히 인도가 넓게 만들어져있는 길이라 편안히 걸을 수 있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공기도 좋은데 사람들은 별로 안 보인다. 고즈넉한 마을이다.

출발해서 오는 길에 반대쪽 차선은 길이 막혀서 거북이 걸음이었다. 우리는 스트레스 안 받고 잘 달릴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남의 사정이야 어떴든지간에 나만 편하면 된다. 누구나 그런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대화를 나눌 때 남의 입장을 잘 공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잘 안 될 때가 있다. 바로 아들과의 대화일 때다. 아들이니 그렇지. 엄마들이 아들을 이해하고 귀담아 들어준다면 멋지게 잘 클 것이다. 나는 멋있는 엄마가 되지 못한 것 같다.

고갯길을 걸어 내려가니 강하중학교다. 휴일이라 빈 운동장과 구석에 있는 모래판, 빈 교실이 을씨년스럽다. 대낮인데도. 운동장 흙이 잘 다듬어진 것 같지 않아 더 그런가 보다.

지나가는 집들의 텃밭에는 들깨가 누렇게 익어간다. 베어서 들깨를 털 때가 되었다. 서리태도 갈빛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메리골드도 피고 맨드라미도 빨갛다.

강하중학교로 올라가는 길 시작점에 강하공소피정의 집이 있다.카톨릭에서 하는 피정을 하는 곳이다. 피정...요즘은 다들 조용히 집에서 지내는 때라 피정의 집도 휴관중일 터이다.

왕창3리 버스정류장에서 왼쪽 도로로 내려가다가 어떤 마을로 들어섰다. 양쪽에 누렇게 익은 벼이삭, 들깨를 베는 사람들을 지나 걸었다. 한참 들어가서 결국 길이 막혀서 도로 나와서 오던 길로 갔다.

왼편의 마을길로 또 들어가서 마을 구경을 하고 나왔다. 어딜 가나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반가히 우릴 맞는다. 왕창리의 마을 분위기를 마음에 담는다. 벼베는 풍경도 오랫만에 만나니 신기하다. 힘들여 농사지은 것을 기계가 쉽게 해준다.

트랙터가 들어가는 자리에서 베어낸 벼포기를 맨 나중에 트랙터에 올린다. 농부는 마음이 벅차오를 것이다. 소출이 얼마나 나올까 기대하면서.

피정의 집 옆 울타리를 겸한 돌에 앉아서 가져간 간식 샌드위치를 먹고 고갯길로 올라가서 내려가니 주차한 차가 보였다.

내 휴대폰 사진함에는 누렇게 익은 벼이삭과 파란 하늘의 구름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 사진이 들어있다. 이렇다할 산책로를 다닌 것은 아닌데 기분은 좋다. 한시간 반 이상을 걸었으니 꽤 많이 걸은 것이다.

 

들깨는 언제 베나요?”

들깨를 베는 사람들에게 남편이 물어보니 열매부분이 갈색으로 조금 변했으면 베라고 알려준다. 너무 늦게 베면 들깨가 다 떨어져서 안된다면서. 초록색일때는 아직 덜 익었다며.

우리 텃밭에 있는 들깨도 이파리가 누렇게 변하고 열매맺는 부분 일부가 갈색이다.

오늘 들깨 베어야겠는걸.”

남편이 혼잣말을 한다. 베어놨다가 말려서 들깨를 털어야하니 말이다.